
지금은 여주시의 대표 쌀품종이 된 '진상'은 화성지역에서 먼저 재배됐다. 진상은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던 자채벼를 토대로 한다. 자채벼는 찹쌀처럼 밥맛이 찰지고 부드러운 게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진귀한 물품 등을 임금에게 바치는 것을 의미하는 '진상'을 이름으로 붙였다. 2012년 진상 재배가 시작된 이후, 화성 팔탄지역을 중심으로 진상에서 한발 더 나아간 '진상2호'가 개발됐다. 올해가 본격적으로 재배한 지 2년차다.
진상2호는 진상처럼 아밀로스 함량이 낮아 일반 멥쌀에 비해 윤기와 찰기가 좋은 게 특징이다. 갓 지은 밥과 같은 식감이 비교적 오래 유지된다. 다만 진상보다는 찰기를 줄여 밥 고유의 맛을 높였다는 게 팔탄농협측 설명이다.
또 진상은 중생종이지만, 진상2호는 그보다 더 늦게 수확하는 만생종이다. 더 오래 키우는 만큼 더 많은 땀방울이 필요하지만, 시간을 들인 만큼 밥맛이 더 좋다고 팔탄농협은 자부한다.
수라상에 올랐던 '자채벼' 토대
화성 팔탄 중심으로 '2호' 개발
찰기 줄이고 밥 고유의 맛 살려
벼농사가 잘되는 점질토에, 볏짚을 쓸어 넣는 등 쌀의 질을 좋게 하려는 팔탄농협의 노력이 만나 수향미와 더불어 지역을 대표하는 고품질 쌀로 거듭났다.
실제로 진상2호로 지은 밥을 먹어보니 심하게 찰지지 않으면서도 밥맛이 뛰어났다.
올해 재배 2년차를 맞은 '팔탄표 진상미'가 이제 막 소비자들을 만난 만큼, 차차 재배 면적을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나종석 팔탄농협 조합장은 "진상미는 밥만 먹어도 맛있는 쌀의 대명사인데 한발 더 나아간 진상2호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고 한다. 고품질 쌀만 선보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나종석 화성 팔탄농협 조합장 "볏짚으로 땅의 힘 길러 재배한 쌀만 수매"
남다른 자부심… 철탑훈장 받아

화성 팔탄에서 태어나 1993년 팔탄농협 조합장에 취임한 이후 6선에 걸쳐 23년째 조합장을 역임하고 있다. 고향 팔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은 물론 '미농'으로서 팔탄산 쌀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화성시에서 쌀이 많이 재배되지만 그중에서도 우리 팔탄 쌀을 우선으로 쳐준다"는 나 조합장은 "팔탄은 땅이 점질토여서 벼농사가 잘 되는 땅이라 오래 전부터 쌀농사를 했던 지역이다. 그런데 많은 양을 수확하기 보다는 밥맛이 좋은 쌀을 재배하는데 중점을 둬 왔다. 볏짚을 땅에 쓸어넣으면 땅의 힘이 길러져 비료를 덜 써도 질 좋은 쌀을 재배할 수 있다. 그렇게 안하는 농가는 수매를 안 했다. 그러다 보니 농민들의 항의도 있었다. 하지만 밀고 나갔다"고 말했다.
팔탄산 쌀에 대한 나 조합장의 자부심은 그가 몸소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 2015년 쌀 산업에 기여한 공으로 철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는데, 고품질 쌀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에서 기인했다.
팔탄지역에선 화성시의 대표 쌀 브랜드로 거듭난 수향미와 이제 재배 2년차를 맞은 진상미(진상2호) 생산에 매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진상 계열의 신품종인 '참소담'을 올 8월께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진상계열의 쌀 품종인 만큼 찰기와 윤기가 뛰어난 게 특징이다. 올 추석이 이른 점을 감안해 햅쌀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준비 중이다.
나 조합장은 "쌀 소비가 많이 줄었지만 팔탄 쌀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