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정된 출근 시간을 오전 7시 50분에 전파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요?"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 지사에 다니는 김모(26·의정부 거주)씨는 1시간 30분가량의 통근 시간과 호우 상황을 고려해 평소보다 이른 오전 7시에 지하철을 탔다.
그러나 이날 기관으로부터 '출근 시간을 9시에서 11시로 조정한다'는 문자를 오전 8시 가까이 돼서야 받게 됐다. 이미 출근 거리를 절반 이상 지나온 김 씨는 발을 돌리지 못한 채 시간당 100㎜ 안팎의 호우를 뚫고 조정되기 전 출근시간인 9시에 맞춰 기관에 도착했다.
행안부, 수도권 공공기관 요청
도청 직원 80%↑ 10시전 업무
일부 기관들은 전파 하지 않아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아예 직원들에게 조정된 출근 시간을 전파하지 않아 수도권 본부에 소속된 직원들이 제각기 다른 시간에 출근하는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익명 내부게시판에는 "정부지침은 떴는데 왜 회사 전파는 없나", "교대근무자인데, 아무런 전달을 받지 못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체계가 필요하다" 등의 불만들이 가득 올라왔다.
이처럼 행정안전부가 9일 집중호우로 인한 극심한 교통정체를 우려해 수도권 공공기관 출근 시간을 오전 11시로 조정해 달라고 각급 행정기관에 요청했지만, 각 기관의 늑장 대응으로 제대로 된 조정 전파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경기도청을 비롯한 각 시·군 행정기관은 민원, 재난재해 관련 업무 종사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의 출근 시간을 조정하도록 조치했지만, 전파가 늦고 구체적 지침이 없어 조정된 출근 시간을 대다수 지키지 못했다.
경기 동부권 공공기관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직원은 정시 출근, 관외 지역 거주자는 11시까지 출근하라고 지침을 내리는가 하면 수원시 일부 공공기관은 별다른 통보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부분 직원들이 9시 정시에 출근한 뒤에야 '11시 이후 출근' 지침을 확인했으며 도청도 오전 10시 기준 직원의 80% 이상은 자리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행안부는 기관의 전파가 늦어도 수도권에 재난문자를 발송해 출근 시간 조정 요청사항을 알렸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 당시 반복되는 재난문자로 휴대전화의 알림을 꺼둔 시민들이 많고, 전국에 지부를 둔 공공기관은 지역마다 출근 지침이 달라 혼선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청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교통혼잡이 예상돼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준비했는데, 정시출근 시간 1시간 전에 조정을 전파하면 과연 지킬 직원이 몇 명이나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전날 사전에 전파하거나 호우 피해 상황에 맞는 출근 시간 조정 매뉴얼이 있었다면 혼란 없이 직원들이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원인들 시간조정에 불만쇄도
민원인들도 이날 11시 출근에 불만을 제기했다. 재난 상황일수록 민원 서비스에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데,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의 출근 시간 조정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각 지자체는 이에 대한 항의 전화로 하루종일 질타를 받기도 했다.
/신지영·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