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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경기도청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옆 추모의 벽에 추모글이 써 있다. 2022.11.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이태원 압사 참사'를 수습하느라 분주했던 나흘은 장례지도사들에게도 힘겨운 시간이었다. 늘 하던 대로 시신을 안치하고, 염습하고, 발인하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세상을 떠나기에는 너무도 어린 고인들의 모습이 여전히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2일 오후 경기 남부권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장례지도사 김영수(가명)씨는 지난 이태원 압사 참사로 희생된 한 명의 젊은이를 수습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감정을 대놓고 표출할 수 없는 직업이니 슬퍼도 그냥 안고 가곤 했다"며 "다만 이번에는 죽은 분들이 다 우리 자식 또래고, 사고 내용도 방송으로 계속 접하니깐 쉽게 잊히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사고 당일 해당 병원에는 5구의 시신이 이송됐는데, 김씨는 그중 한 구를 동료들과 함께 맡아 장례 마무리를 도왔다. 운구차를 끌고 장지까지 이송을 도왔던 운전기사 서모(70대)씨도 "직접 시신의 모습을 마주한 건 아니지만, 어린 나이에 참사로 죽은 사람을 데리고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웠다. 일반적인 죽음하고는 와닿는 게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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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밤 서울 이태원 한 골목에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가 일어나면서 155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1일 오후 경기도 내 한 장례시설에서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장례가 가족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수되고 있다. 2022.11.1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유족 뜻에 따라 수의 대신 원피스
쉽게 타지않는 단추·버클 제거해
"처참한 심경 말못하고 가슴에 간직"
 


수원시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도 지난달 31일 이태원 참사로 숨진 20대 여성의 발인이 있었다. 참사 당시의 흔적으로 얼굴을 비롯한 신체가 일부 훼손돼 있어 장례지도사 6명이 장례 절차를 치렀다. 새하얀 수의 대신 생전 딸이 입던 원피스를 입히고 싶다는 유족의 뜻에 따라 불에 쉽게 타지 않는 플라스틱 단추와 금속 버클을 하나하나 제거하기도 했다.

시신을 정돈하고 의복을 입히는 등의 작업은 장례지도사에게는 일상적인 업무다. 하지만 대규모 압사 참사로 세상을 일찍 떠난 젊은이들을 마주해야 하는 현재 상황에서 중압감은 배가 된다.

이곳 장례식장 소장 최모(60)씨는 직원들과 함께 어린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절규와 비통한 울음소리를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들었다. 이번 이태원 참사 같은 비극뿐만 아니라, 화재 현장처럼 처참한 환경에서 세상을 등진 사람들의 장례 준비는 유독 버겁다.

그는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 유족하고 이야기하면서 고인과의 추억이라든지 사연을 전해 듣는다. 아픔이 바로 전해져 너무 힘들 경우 때로는 몸살이 오기도 한다"고 했다.

김씨는 "장례지도사는 고인의 모습을 보면 가끔 심적으로 깊게 동화가 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처참한 심경은 가족한테도 말하지 못하고 가슴에만 간직한다"고 했다. 장례식장 소장으로서 직원들을 살펴야 하는 최씨는 "전문의와의 심리 상담이나 그룹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직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짚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