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으로 빚어진 참사가 아닐까요…."
인천 사회적협동조합 '다가치'에서 활동하는 결혼이주여성인 아마노(46·여, 일본)씨는 "일본에서는 작은 동네 축제가 열리더라도 경찰이나 지자체 공무원들이 나와 일방통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차량이나 사람이 밀집하지 않도록 통제한다"며 '이태원 압사 참사'로 희생된 청년들을 안타까워했다.
경인일보는 2일 인천 동구 배다리의 한 카페에서 인천 거주 결혼이주여성들을 만나 이태원 참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사회적협동조합 '다가치'에서 외국인들의 한국사회 정착을 돕고 있다.
"일본, 작은 동네 축제도 일방통행"
멕시코 이주여성, 지하철 밀집 비판
중국 출신 류얀씨 "안내판도 없다"
외국인 위한 안전 교육 필요 지적
머나먼 타국 땅 한국에서 외국인 26명(인천 3명)이 이태원 참사로 희생됐다. 멕시코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인 마리(37·여)씨는 한국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꼬집었다. 멕시코 이주여성, 지하철 밀집 비판
중국 출신 류얀씨 "안내판도 없다"
외국인 위한 안전 교육 필요 지적
고향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평소 이태원을 자주 방문했다는 그는 "인천에는 멕시코 사람이 많지 않아 이태원으로 많이 간다"며 "익숙한 장소에서 참사가 난 것을 보니 더 답답하고 슬픈 감정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는 멕시코 최대 명절인 '망자의 날'이었다. 멕시코에서는 죽은 이들이 망자의 날에 세상에 내려와 축제를 즐기고 돌아간다고 믿는다.
망자의 날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해 더 가슴이 아팠다는 마리씨는 "지난달 22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축제에 참석했는데, 그때는 거리를 통제하는 경찰 등이 많았다. 이태원에서는 왜 그러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또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보면 열차 내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밀어서 타려는 이들이 있다"며 시민 안전의식을 당부하기도 했다.
결혼이주여성 류얀(44·중국)씨도 "한국에선 아무리 큰 행사를 하더라도 외국인을 위한 안내판조차 설치되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그는 "외국인들은 안전에 유의하려고 해도 표지판(일방통행 등)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이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며 "한국 생활이 낯선 외국인들을 위한 안전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