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경찰의 '112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정부 당국의 책임론이 힘을 얻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조차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경질에 힘을 싣고 있다.
국민의힘은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는 데 때를 놓치면 여권 전반의 책임론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야당에서 행안부장관 경질론을 내세울 때마다 정치공세라고 맞받았던 지도부가 나서서 경질을 언급하고 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회의에서 "왜 충분한 현장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지 그 원인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그리고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추모 기간이 끝나면 철저한 원인 조사와 상응하는 책임추궁, 그에 따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성남분당갑)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윤희근 경찰청장은 즉시 경질하고, 사고 수습 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 출신인 권은희 의원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연히 행안부 장관이나 경찰청장은 본인들의 거취에 대해서 판단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문제는 (그 결정이) 빨라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강 건너서 불구경하듯 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책임을 그 어디에도 미루지 않겠다"면서 "우선 사고의 원인과 초동 대처 미흡부터 조사하겠다. 그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조치가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국힘 "현장 초동대처 못한 책임 물어야… 거취 판단해야"
민주 "변명·회피로 상황 모면말라… 시민안전 책임 의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정부 비판에 더해 이 장관과 윤 청장 경질을 요구했다.
박찬대(인천 연수갑)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변명과 책임회피로 상황을 모면하지 말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경찰이 대응할 권한이 없다'는 말은 그저 망언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그 권한과 책임이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오영환(의정부갑) 대변인은 "이 장관은 국민 안전에 무한 책임을 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분명히 실패했다"며 "그 사실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으며, 그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참사 책임자에게 수사를 맡길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민석(오산) 의원은 SNS에 대통령 사과, 총리·행안부장관·경찰청장·서울경찰청장 해임을 요구했다. 이어 "참사 책임자에게 진상 규명과 사고 수습을 맡기는 것은 진상 은폐를 방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국회와 정부는 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유족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이태원참사 범국민 신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오경(광명갑) 대변인도 "경찰은 이제 수사의 주체이자 대상이 됐다"며 "필요하다면 국정조사까지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검찰 역시 이번 참사를 검찰 수사권 문제로 끌어들여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를 하지 말라"고 견제했다.
/정의종·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