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부터 시행 중인 고향사랑기부제가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처지에 놓였다. 온라인 홈페이지 '고향사랑e음'을 통한 기부 절차가 복잡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찾은 인천 남동구 NH농협은행 인천점. 이곳을 포함해 인천 내 NH농협은행과 농·축협 지점 160곳에서 지난 2일부터 고향사랑기부제 신청을 받고 있다. 창구에서 신청서를 받아 개인정보와 기부 대상 지역을 작성한 뒤 현금으로 기부금을 내자, 기부 영수증과 함께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데 필요한 임시 아이디가 함께 발급됐다.
고향사랑기부제란 개인이 주소지 이외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내면, 지자체가 이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예산으로 활용하는 제도다.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확충에 도움이 되고 기부자에게는 지역 특산물로 구성된 답례품과 세액 공제 혜택을 준다.
예를 들어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는 사람은 인천시와 남동구를 제외한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기부금이 10만원 이하면 전액을 공제받을 수 있고, 10만원 초과 시에는 초과분의 16.5%가 추가로 공제된다. 답례품은 기부금액의 30% 이내에 해당하는 상품을 고를 수 있다.
접수 과정서부터 애로사항 드러나
온라인 회원가입·위택스 설치 등
주요 참여 연령대 중·장년층 난색
그러나 기부 과정에서 불편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에 접속해 로그인하는 과정에서 회원 가입 메뉴를 찾기 어렵고 회원 가입을 해도 번거로운 점이 많았다.
기부금을 내려면 '위택스'(국세청 지방세 납부 서비스)를 설치해야 하고 공인인증서도 필요해 은행 앱까지 접속해야 했다. 신용카드 정보나 계좌번호만 입력하면 되는 일반 온라인 결제보다 거쳐야 할 관문이 많은 것이다.
고향사랑기부제 주요 참여 연령대가 온라인 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50대 이상 중·장년층인 것을 고려하면 고향사랑e음을 활용한 참여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시민 A씨는 "(지난 1일)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 항목을 찾는 것도 어려웠고, 각 지역의 답례품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창을 눌러도 바로 뜨지 않아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기부금을 내고 답례품을 선택하기까지 3시간 이상 걸려 불편했다"고 말했다.
농협 지점을 찾아 직접 기부금을 내도 답례품을 받으려면 온라인 접속이 필수다. 창구에서 임시로 발급한 임시 아이디를 이용해 접속하려 해도 비밀번호를 찾기 위해 본인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로그인에 필요한 비밀번호를 받으려면 이메일 주소가 필요한데, 이메일을 활용하지 않는 시민들은 비밀번호를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을 허비하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창구에서 답례품 선택까지 하는 게 편리하다고 보고 있으나, 은행은 기부금 수납 업무만 맡아 답례품을 안내할 권한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 "시행 초기… 개선·보완중"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시행 초기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