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열린 '다문화 이주민 정책 포럼'에서 방청석의 의견을 듣고 있는 (왼쪽부터)김병수 김포시장, 인요한 연세대의료원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 장한업 이화여대 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김포시 제공
이주민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끌어안지 않으면 인구절벽 위기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제기됐다. 이와 함께 일부 선진국 사례처럼 우리도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주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불거졌다.
지난 21일 오후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이민정책연구원이 주최하고 김민석·맹성규·최춘식·최재형 국회의원이 주관한 '다문화 이주민 정책 포럼'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패널 발언 도중 한 방청객이 돌발적으로 이주민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기도 하는 등 각본 없는 진지한 토론이 펼쳐졌다.
전국다문화도시협·이민정책연구원 공동 주최 "다문화, 고령화 가속·노동력 부족 절박함 속... 필요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 인식해야"
이날 포럼은 먼저 조영희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이 주제발표를 했다. 조 실장은 "동일한 대상(이주민)이 법률상 다른 용어로 돼 있는 것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이주민들에 대한 정책체계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앙·지자체 연계 이주민 정책은 여성가족부의 경우 '다문화가족', 법무부는 '외국인',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 교육부는 '이민배경학생', 행정안전부는 '외국인 주민'으로 나뉘어 추진 중이다. 이처럼 부처별 소관법률이 제각각이라 일선 지자체의 정책 실행과정에서 혼란이 가중된다고 조 실장은 강조했다.
본격적인 토론에는 김상회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김태형 법무부 체류관리과장, 나채목 행정안전부 사회통합지원과장, 조정훈 국회의원,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장인 김병수 김포시장, 인요한 연세대의료원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 장한업 이화여대 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는 불법체류자, 출신국 차별, 일손부족 문제 등 다양한 쟁점이 논의됐다.
김상회 교수는 "우리가 다문화사회, 상호문화사회를 원래부터 지향한 게 아닌데 인구절벽과 노동력 부족이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나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며 "그 과정에서 불협화음이나 문제점이 나타날 텐데 우리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다문화사회를 본다면 좀 더 순화로운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고 토론을 열었다.
조정훈 의원은 "우리가 주인이고 손님이 잘하면 우리 사람으로 해주겠다는 민족주의 개념은 끝났다고 본다"며 "그러나 어떤 이주민이 우리 공동체에 도움이 될지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담론을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을 거쳐 공동체 자격을 갖췄다면 그때부턴 어떠한 차별도 해서는 안 된다. 그 앞 단계까지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불법체류자 문제도 정리하고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정훈 "민족주의 개념 끝...선별 수용 고민을" 인요한 "다문화는 궁극적으로 남북통일 연습" 장한업 "다문화 아닌 상호문화 개념 적용하자"
나채목 행안부 과장은 "이민정책은 국가 정체에 관한 사안, 국가 통합성을 유지하는 것인데 지역에서의 다문화라는 건 다양성에 관한 사안이다"라며 "폭발력이 있는 이슈이고 국가 응집력과 관련한 문제라 우리 사회가 회피하다가 지역 인구문제 등으로 더는 회피할 수 없어지면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됐다. 여기서 지혜를 잘 짜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계절근로' 제도의 실무자였던 김태형 법무부 과장은 "법무부의 이민정책은 국익과 실용을 함께 추구한다. 와서 일하는 쪽이나 일손부족에 시달리는 쪽이 서로 이로운 정책을 펴려 하는데 농촌의 일손부족이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계절근로의 시작은 좋았지만 불체율이 15%에 달하는 등 문제점이 노출됐다. 제도를 개선하려 노력 중이다"라고 소개했다.
지난 21일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이민정책연구원이 주최하고 김민석·맹성규·최춘식·최재형 국회의원이 주관한 '다문화 이주민 정책 포럼'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가운데 2부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김포시 제공
인요한 교수는 "결혼 이민자들의 자녀가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잘못 배워 낙오할까 걱정된다. 그런 아이들이 훗날 자기 엄마의 나라에 흩어져 창조적으로 한국을 돕는 일꾼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살리면 어떨까 싶다. 폭넓은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며 "다문화사회는 궁극적으로 남북통일의 연습, 하나의 테스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 교수는 또한 "노무현 정부 때 중국교포나 고려인을 선택적으로 먼저 뽑아와 건강보험과 노동허가를 부여하는 등 합법화한 적이 있다. 요즘 외국인 노동자들이 외항선 타러 한국에 왔다가 80%가 안 탄다고 하는데 뭔가 탄력적인 법이 필요하다. 법에 융통성이 없다 보니 불체자 많아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김병수 시장은 "다문화에 대한 차별이 여전하다. 서래마을은 프랑스마을이라 해서 동경하지만 다른 거주지는 반대의 시선도 있다. 정부나 미디어·언론에서 국민 인식 개선에 노력해줘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장한업 교수는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 최저에 세계에서 고령화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현실을 정확히 직시해야 한다"며 "한국 간호사와 광부 1만8천명이 독일에 가서 일한 건 기여라 표현하면서 외국인이 한국에서 일하는 건 기여로 보지 않는다. 노동력을 불렀더니 사람이 왔다는 말이 있다. 이주민들을 '노동력'이 아닌 '사람'으로 보는 상호문화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