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남동구 인천대공원 후문 쪽 모퉁이에 있는 '백범 김구(1876~1949) 선생 동상'은 자유공원 '더글러스 맥아더(1880~1964) 장군 동상'과 함께 인천의 중요한 동상으로 꼽힌다.
1997년 시민모금운동을 통해 현재 장소에 건립됐지만, 도심 외곽에 있어 찾는 이가 많지 않다. 백범 동상 또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구 강제노역' 내항 이전 주장도

김구 동상 옆에는 그의 어머니 '곽낙원(1859~1939) 여사 동상'이 서 있다. 곽낙원 여사 동상은 김구 선생이 서거한 직후인 1949년 제작됐는데, 김구 선생이 어머니의 생전 모습을 직접 고증했다. 서울 경교장에 있던 곽낙원 여사 동상은 김구 동상이 건립될 때 인천대공원으로 옮겨졌다.
김구 선생은 인천에서 두 번이나 감옥살이했다. 그가 명성황후 시해의 원수를 갚는다며 일본인 쓰치다(土田讓亮)를 살해한 이른바 '치하포 사건'으로 1896년 인천감리서에 투옥됐을 때 곽낙원 여사는 인천 물상객주 집에서 식모살이하며 옥바라지했다. 김구 선생이 '안악사건'으로 1914년 인천에서 두 번째 투옥됐을 때는 인천 축항 공사 강제 노역에 동원되기도 했다.
이 같은 장소성을 고려해 김구 동상과 곽낙원 여사 동상을 인천 내항 쪽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이 있다. 친수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인 내항 1·8부두 재개발과 연계하자는 것이다.
부평공원서 평화의소녀상과 나란히

부평구 부평공원에 2017년 건립된 '징용 노동자상'도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다. 징용 노동자상 옆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부평공원 맞은편 미군기지 캠프 마켓에는 일제강점기 일본군 군수공장인 조병창이 있었다. 군수공장으로 강제 동원돼 노역에 시달린 지영례(95)씨와 2009년 작고한 이연형씨를 부녀의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부평지역은 조병창을 중심으로 20개 이상의 군수공장이 운영됐을 정도로 강제 동원의 본거지였다.
새얼문화재단, 캠프마켓 석상 추진
죽산 조봉암(1899~1959) 선생의 딸 조호정(1928~2022) 여사는 최근 펴낸 회고집 '바위에 새긴 눈물, 삶으로 다시 피어나다'에서 "고등학생이었던 나도 학교 대신 병원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부평에 있는 군수공장에 가서 일해야 했다"며 강제 동원 사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인천의 대표적 정치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조봉암 선생의 석상 건립이 새얼문화재단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데, 캠프 마켓이 건립 장소로 거론된다. 조봉암 선생은 인천시 을구(부평구·계양구·서구)를 지역구로 제헌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를 시작했다. 조봉암 석상 건립 기금은 2011년부터 시민들이 모아 마련하고 있다.
조병창에서 미군기지로 바뀌었고, 앞으로 시민공원으로 탈바꿈할 캠프 마켓이 조봉암 선생과의 연관성, 역사적 의미가 크다는 의견이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