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내 유일한 야당 광역자치단체장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을 향해 "국민의 고통을 생각하면 더는 쓸데없는 정쟁과 공허한 논쟁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비판 수위를 높이며 '정치인 김동연'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정부, 여당을 견제해야 할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제 역할을 못 하자 직접 마이크를 잡고 정부 견제, 당내 갈등 봉합을 강조하며 김동연 지사가 사실상 민주당 내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타협 '국가민생경제회의' 제안
민주당 위기론 제기 '경제' 해법 제시
경기도 여야 협치 모델 제시 포부도
■ 중앙정치권 여야 없이 비판
=김동연 지사는 국정운영, 사생결단식 여야관계 청산을 정치권에 제안했다.
그는 "어떤 경제정책도 정부나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성공할 수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연금, 교육개혁은 여야 합의 없인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면서 "여당은 대통령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야당, 노조, 경제 주체와 대화하며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전날(8일) 뽑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대표 사이에 '대화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하며 "사회적 타협을 위해서 '국가 민생경제회의'를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만 보지 말고 여당인 국민의힘의 역할을 다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김동연 지사는 자신이 소속된 민주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서슴지 않아 주목된다.
지금 정치는 말로만 민생을 우선하고 정쟁을 벌이느라 민생은 뒷전에 밀리고 있다고 진단하며 여당인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제1야당인 민주당에도 '정책 정당'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 위기의 민주당 대안되나?
=김동연 지사가 속한 민주당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한 상태다. 잠룡으로 거론되는 김 지사가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안이자 희망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지사는 '위기론'을 제기하며 자신의 전문분야인 '경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동연 지사는 "1년 전 대선에 패배하고 정권을 빼앗긴 그때보다 지금이 더 위기다. 하지만 민주당의 위기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국민의 위기"라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 여당과는 정책으로 경쟁하고 민생위기,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내 제1야당으로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잘못된 것은 비판하면서 정책 정당으로 우뚝 서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지지받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조언하면서 "여와 야, 보수와 진보를 떠나 오직 '민생복원', '정치복원'의 길로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 경기도가 협치 본보기
=김동연 도지사는 지사로 취임한 이후 경기도의회와 이견도 컸지만, 서로 대화하며 이 같은 위기를 극복했다며 경기도가 민생복원, 정치복원의 좋은 '본'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도는 지난 8개월 동안 여야 동수인 도의회 상황에서 비록 개원이 한 달 늦어졌지만, 이후부터 부단히 대화하고 타협했다. 서로 이견이 있었지만, 생산적인 토론을 하면서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었고 예산과 조직개편 등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며 염종현 의장님이 '국회가 하지 못한 것을 경기도는 해냈다'는 말도 했다"면서 "저는 매번 '도민, 민생 앞에 여와 야, 당의 이념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해왔다. 중앙정치가 경기도를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도는 앞으로도 협치의 모습을 보여주며 도정을 이끌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