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시민 기억 속에 잊힌 경기도 대형 사건을 끄집어냈다.
용인 오대양과 이천 아가동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년에서 30년이 지난 당시 현장은 지금도 사건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오대양 사건 현장은 호기심 많은 청년들이 찾는 명소가 되며 몸살을 앓고 있고, 시신을 찾기 위해 중장비가 동원된 아가동산 사건 현장은 고요 속에 섬처럼 남아 있는 상황이다. → 표 참조

용인 처인구 '오대양' 오랜 방치
이슈되며 무단침입 늘어 '철조망'
반도체 산단 조성, 인근은 활기
27일 오후 2시께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에 위치한 과거 주식회사 오대양 부지를 찾았다. 칠이 벗겨진 까만 철문이 녹이 슨 자물쇠로 굳게 닫혔고 철문의 위아래로는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은색 철조망이 설치됐다.
낮은 담과 물류단지 조성에 한창으로 텅 비어있는 옆 부지에서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은색 철조망은 곳곳에 놓여 있었다. 이른바 '오대양 사건'이 이슈화하면서 이곳에 무단침입하는 이들이 늘자, 해당 부지뿐만 아니라 인근 다른 부지들도 철조망을 설치하고 나선 것이다.
인근 공장에서 일한다는 한 직원은 "비어있는 부지다 보니, 예전부터 밤에 담을 넘어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자주 있었다"면서 "나도 경보음이 울려서 밤에 나오는 일이 간혹 있었다. 아침에 소주병이나 담배 꽁초 치울 때도 빈번했는데 최근에도 그런 상황이 계속 이어져서 철조망을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빳빳하게 마른 나뭇잎들이 바닥 곳곳에 쌓여 있었으며 한낮이었음에도 내부는 불빛이 없어 깜깜했다. '월중 행사 및 계획표'가 적힌 화이트보드, '귀마개 착용' 표지판 등 남겨진 일부 물품만이 과거 이곳이 공장이었던 것을 추정할 수 있게끔 했다.
1987년 32구의 변사체가 발견됐던 건물 천장은 모두 철거됐고 공사 관계자 안내가 없었다면, 어느 곳이 사건 현장이었는지 찾기도 어려웠다. 이른바 '오대양 사건' 이후 A사가 이곳에서 공장을 운영했지만, A사가 나간 이후에는 장기간 방치된 듯 보였다.
다만 현재 해당 부지 옆으로 산업도로, 물류단지 조성이 한창이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부지도 멀지 않아 과거는 잊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천 '아가동산' 이름바꿔 명맥
시신 찾지 못해 교주 최종 무죄
주변과 단절, 지역민도 잘 몰라

이천 대월면 대대리 일대에 자리 잡은 아가동산 현장. 아가동산은 교주 김기순이 지난 1980년대 초 창설한 협업마을형 신흥종교다. 김씨가 '아가'라고 불린데 착안해 협동농장 이름도 아가동산으로 명명됐다. 대대리의 논길을 따라 차를 몰고 들어가다 보면 농경지 중심에 자리 잡은 아가동산, 현 '아리랑월드'를 만나게 된다.
아가동산 입구엔 잘 가꿔진 조경이 눈에 띄었다.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게 치워진 입구 주변엔 10여 채 비닐하우스가 있어 농작물 경작이 이뤄졌다. 비닐하우스 안과 주변 도로에 인적을 보기 힘들었는데, 주변 공장을 오가는 대형 트럭만 있을 뿐이었다.
주변에서 만난 대대리 주민은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해서 일하지 않는 시간에 사람 만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아가동산이 떠들썩했던 건 1996년 탈퇴 신도 여럿이 탈세 등 비리와 신도 살해·암매장 등을 증언하면서부터다.
당시 검경은 아가동산에 암매장된 시신을 찾기 위해 포클레인과 같은 중장비를 동원해 일대를 샅샅이 수색했지만, 허사였다.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고, 일부 증인의 증언 내용이 재판을 거치며 바뀌는 바람에 김씨에 대한 살인·사기 혐의는 최종 무죄를 받게 된다.
이 상황을 잘 아는 이천경찰서 관계자는 "90년대 중장비로 수색할 때나 아가동산을 알았지, 지금은 이천 사람 중에 아가동산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고 '그거 아직도 있어?'라고 반문하는 주민들이 많다"면서 "아직 거주하는 신도가 있는 걸로 아는데 폐쇄적이다 보니 주변과 교류가 없이 '섬'처럼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신지영·신현정·고건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