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외교 무게 추가 미국으로 쏠리면서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해운·항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으로 인한 수혜를 기대했던 업계는 최근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자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3월 한중카페리 여객 운송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재개 시점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4월부터 순차적으로 여객 운송 재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대와 달리 5월이 돼서도 여객 운송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연내 운송 재개가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여객 운송이 지연되는 이유는 한중관계 악화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타이완 관련 발언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尹대통령 '타이완' 발언에 中 발끈
카페리 재개 발표 불구 연내 불투명
회복중인 항공업계도 속타들어가
윤 대통령은 지난달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타이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건 힘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 때문"이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이러한 변화에 절대 반대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 관계자는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 "불장난하면 타죽는다" 등의 발언을 하며 양국 간 긴장감은 고조됐다. 중국 매체들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최악의 발언"이라고 하기도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여객 운송 재개를 위해 선사들이 준비를 하고 있지만, 한중관계가 경색되면서 중국 측에서 중국인 단체 여행 등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상황들이 여객 운송 재개가 지연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리업계 관계자는 "여객 운송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화물이 오가는 교역보다 양국 간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여객 운송 재개를 원하지만,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이는 최근 양국 관계 등 정치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항공업계도 한중 관계 변화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영향이 줄어들면서 여객 수요가 가파르게 회복하고 있다. 인천공항과 미국, 유럽 등을 오가는 항공편 수요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회복했지만 중국의 경우 2019년 1분기 여객의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근 국내 항공사들이 중국 노선을 경쟁적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는 게 항공 업계의 설명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여객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아직까진 뚜렷하게 나타나진 않지만, 이러한 경색 분위기가 이어지면 노선 확대나 여객 유치 등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