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초반 정부 비판 발언을 보면, 단지 비판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정부를 겨냥하는 발언과 동시에 정부와는 차별화된 '경기도만의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속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정치권을 향해서도 가감 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한쪽 편에만 서서 '비난'에만 몰두하는 다른 정치적 발언과는 달랐던 것으로 많은 공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판 발언의 빈도와 수위를 올리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등 부작용도 보이고 있다.
정부 겨냥 동시에 '정책적 차별화'
1기 신도시 재정비 등 목소리 높여
돈봉투 의혹 등 당내에도 쓴소리
투자 성과 홍보는 되레 '부메랑'
■ "경기도는 다르게 하겠다"
=임기 초반에 김 지사는 경기도 정책과 관련된 사안에는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가 노후화된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을 2024년에 마련하겠다고 발표하자, 김 지사는 "사실상 대선 공약 파기다. 정부와 별개로 경기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무책임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는데 김 지사는 오히려 "(내 비판에) 윤석열 대통령이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며 응수했다.
여기에 더해, 곧장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전담조직(TF)를 구성해 1기 신도시 노후화 실태 파악에 나섰고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 신도시 관련 특별법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정부에 건의했다. 그 결과, 경기도가 건의한 내용 상당 부분이 정부의 노후계획도시 정비 관련 특별법에 담겼고 기본계획 수립 등 경기도의 권한도 확대됐다.
10·29 참사가 발생한 이후에도 김 지사는 정부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국가 애도기간이 지난 이후에도 경기도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연장 운영하며 매일 조문했으며 희생자 부모가 가져온 영정 사진을 분향소에 올렸다.
10·29 참사 12일 만에 '경기도 도민안전대책'을 발표하며 안전예방핫라인 구축, 도민안전 혁신단 출범 등을 약속했다.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문제가 터졌을 당시에는 "민생에 떨어진 폭탄, 남 탓하기 바쁜 정부"라며 '난방 취약계층 긴급 지원대책'을 빠르게 내놨다.
■ 비판에는 정부, 여·야 없다
=김 지사의 비판 대상은 정부만이 아니었다. 김 지사는 지난 3월9일 윤 대통령 당선 1년을 맞아 "여당(국민의힘)은 대통령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야당, 노조, 경제 주체와 대화하며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내뱉었고 '사법리스크'로 연일 혼란스러운 민주당에도 "1년 전 대선에 패배하고 정권을 빼앗긴 그때보다 지금이 더 위기다.…민생위기,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에는 '돈 봉투 의혹', '60억 코인 투자' 등 민주당 내 각종 논란에 대해 "재창당 수준의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큰 위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너무 과했던 걸까. 김 지사는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 가상자산 보유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자, "저부터 신고에 앞장서겠다"며 이슈 선점에 나섰다.
서로 책임만 떠넘기는 정치권과 다른 모습에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공개된 김 지사의 가상자산 내역은 없고 김 지사 측근은 "김 지사가 보유한 가상자산은 없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공개는 검증과정이 필요한 데, 구체적인 공개나 검증 방법을 알리진 않고 있다.
김 지사가 윤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지사 역시 임기 동안 국내·외 100조원 투자 유치를 약속했고 미국·일본 출장 이후 자신의 성과를 홍보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정부를 향했던 비판이 본인에게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인데, 이미 도의회에서 "김 지사야말로 투자유치 성과를 거짓 홍보해 도민들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노동, 기후 문제 등 비판하는 모든 분야에서 정부와 다른 길을 가겠다며 등을 지는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밖에 지난 4월 노동절 행사에서는 노동에 대한 핵심적인 발언 외에도 경제, 외교, 대북 관계 등 전반적인 부분을 짚는 장황한 발언을 내놓은 적도 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