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한국을 앞서고 있다. 금년 1분기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9%로 한국의 GDP 성장률 0.3%를 크게 앞선 데 이어, 2분기(4∼6월)에도 일본이 1.5%로 한국(0.6%)을 무려 2배 이상 앞섰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도 사반세기 만에 일본에 역전될 개연성이 크다. 25년 전인 1998년은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던 시기였다.

한국경제가 금년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저성장에 그칠 것이란 국제금융기관들의 전망에도 눈길이 간다. 유명 해외투자은행(IB)들이 전망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평균은 1.1%였다. 그런데 지난 14일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즈, 시티, 골드만삭스, JP모건, HSBC, 노무라, UBS 등이 추정한 2024년도 한국 성장률 전망 평균값이 1.9%이다. 한국경제가 금년 하반기에 살아나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반도체 등의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가 하반기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못미치는 데다 주요국 경기회복 속도가 떨어진 탓에 이 전망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의 영업과 고용실적을 들여다보면 더욱 심각하다. 15일 중앙일보가 10대 그룹(농협 제외) 주력 계열사 10곳의 올해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분석,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와 HD한국조선해양 2곳만 최근 1년 새 매출과 영업이익, 고용 등에서 증가세가 확인되었을 뿐 삼성전자와 LG전자, GS칼텍스, SK이노베이션, 롯데쇼핑, 이마트 등의 영업과 고용실적은 정체 내지는 뒷걸음질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국 간판기업들의 성장세가 멈춘 것이다.

한국경제의 1%대 저성장은 외환위기·금융위기 등 대내외 위기를 겪은 때를 제외하면 유례가 없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미 우리나라는 장기 저성장구조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이 앞서 겪었던 잃어버린 20년, 30년 등과 같은 장기침체의 초입에 들어선 느낌이다. 저출생·고령화가 워낙 심한 때문인데 세계교역질서 변화에 능동적 대처와 신성장동력 확보만으론 부족하다.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교육, 노동, 연금 등의 시스템 개혁부터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