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교권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교권 회복을 위한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각 학교가 교감,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 내외의 민원대응팀을 꾸려 학부모 민원을 처리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교사를 학부모의 악성민원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취지다. 경기도교육청은 16일 학부모 상담에 대화형 메신저 서비스인 AI챗봇을 투입하는 내용 등을 담은 '교권 존중 및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단순문의는 AI챗봇이 24시간 담당하고, 이후에도 상담이 필요한 경우 서면상담을 진행하며, 보다 상세한 상담은 전화와 방문 상담으로 진행하는 식으로 학부모 상담 및 민원대응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대책들이 추락한 교권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단 이들 대책이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교육의 지향점과 일치하는지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정부와 도교육청이 내놓은 대책은 학부모와 교사를 분리시키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정부 대책에서는 민원대응팀이, 도교육청 대책에서는 기계(AI챗봇)가 그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이들 대책에는 교육공동체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결여돼 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교육공동체를 구성하는 3대 축이다. 교육의 세 주체가 일정한 거리와 강도로 균형을 이루고 연대할 때 '교육'이라는 거대한 솥단지를 안정적으로 받칠 수 있다. 교육만큼 삼위일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 분야가 없다.
즉각적 대책이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점도 문제다. 당장 정부 방안에 대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들고일어났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원대응팀을 구성한다는 예고는 힘없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갑질 횡포로 귀결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분히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는 지적이다.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AI를 소통의 창구로 활용한다는 도교육청의 구상도 미덥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개인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일인 만큼 먼 미래를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교육 주체들의 단절을 전제로 학교 정상화라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은 교육주체간 갈등과 반목보다 화합과 연대가 필요한 때라는 점을 정책입안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사설] 교권 회복, 교사·학부모 분리만이 능사가 아니다
입력 2023-08-1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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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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