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사태 원인 중 하나였던 감리 부실 실태가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LH 공사현장의 81%가 법정 감리 인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고, 그나마도 대부분 계약직으로 채용됐다. 사실상 현장 관리·감독 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것인데, 더 큰 문제는 LH 현장 외에도 국내 대부분의 공사현장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가 올해 1~7월 자체 파악한 공사현장 104곳 가운데 85곳의 현장감리 인원이 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철근 누락' 아파트인 인천 가정2 A-1블록은 공사 감독 적정 인원이 11.58명이었지만, 실제 현장에 투입된 인원은 3.61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3명이 해야 할 몫을 1명이 감당한 셈이다.
남양주별내 A1-1BL 아파트 건설공사 17공구도 22.10명이 배치돼야 하지만 실제는 절반을 조금 넘는 12.90명만 배치됐다. 감리 인원이 미달된 공사현장 중에는 수서역세권A3, 수원당수A3, 광주선운2A, 양산사송A2, 오산세교2, 파주운정3 등 LH가 지난 7월 말 발표한 철근 누락 단지 7곳이 포함됐다.
더 큰 문제는 LH 뿐만 아니라 국내 대부분의 공사 현장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감리업체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법정 인원을 채우지 않는 것은 물론 전문성이 부족한 계약직을 채용하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고 한다. 감리 직원들의 고용형태가 불안정하다 보니, 설계나 시공 등 다른 업계로 이직하는 사례도 많다.
2019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기준진흥법이 개정됐지만 감리 직원의 전문성이나 법정 기준에 맞게 배치했는지 등을 검증할 수단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기업이나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을 맡은 현장도 상황이 이런데 소규모 상가·오피스텔 건립 현장의 감리 실태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는 게 건설 업계의 설명이다.
감리 업계의 이런 고질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건설 현장의 부실시공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나서 감리 실효성 제고를 비롯해 근본적인 제도 개선과 책임 강화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사설] 감리 없는 대한민국 건설, 이만큼 버틴 게 기적이다
입력 2023-08-2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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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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