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무더위 기세가 여전하다. 연일 폭염특보가 발효되면서 전국에서 온열질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비가 그친 뒤에도 이달 하순까지 늦더위가 이어진다고 예보했다. 특히 사무실 없이 야외에서 일하는 택배 기사 등 이동노동자들은 폭염이나 폭우 등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인천에도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쉼터가 생겼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사목부가 인천 부평구 십정동에 '엠마오'라는 이동노동자 쉼터를 열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 등 온라인 플랫폼 중개를 통해 일하는 이동노동자들이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도록 지난해까지 카페로 쓰였던 공간을 쉼터로 조성한 것이다. 엠마오는 가톨릭에서 '휴식' 등을 뜻한다고 한다.

유난히도 더운 올여름 택배기사, 라이더, 요양보호사, 가스검침원 등 다양한 직군의 이동노동자들이 이 쉼터를 이용하고 있다. 쉼터는 장마철 집중호우 등 기상악화 시 임시 대피처 역할도 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사목부의 세심한 배려가 눈길을 끈다. 쉼터는 대로변 상가 1층에 있다. 그래서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나 택배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오가기가 편하다. 주변에는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잠시 세워둘 수 있는 작은 주차 공간도 마련했다. 쉼터 내부는 마치 작은 카페처럼 꾸며졌다. 의자, 테이블, 화장실 등을 갖췄다. 간식, 커피, 음료수 등 간단한 먹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휴대전화 충전기, 드라이기, 잡지 등도 갖다 놓았다.

쉼터는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운영된다.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사목부 한 관계자는 인력과 예산 등 문제로 밤늦게까지 일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이 쉼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걸 되레 미안해하며 인천 곳곳에 이동노동자들의 쉼터가 더 조성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고 한다.

인천시가 이동노동자 쉼터를 조성하기 위해 예산 규모와 위치 등을 검토하겠다던 게 지난 2021년 3월의 일이다. 2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인천시는 아직 논의 중이라는 답변뿐이다. 인천시와 군·구가 미적거리는 사이에 민간에서 먼저 이동노동자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다른 시·도에선 연말 모임이나 행사 등이 많아 배달 주문이 늘어날 때엔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간이 쉼터도 추가로 운영할 정도라고 한다. 이동노동자도 인천시민의 한 사람이다. 인천시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