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기어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한다. 일본은 22일 기상 조건이 맞으면 24일부터 방류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했지만, 자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반대 여론에 밀려 방류 시기를 저울질해왔다. 원전 역사상 최초인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는 '과학적 안전'과 '직관적 불안' 사이에서 국제적인 논란을 일으켰고, 우리 사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방류가 현실이 된 지금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명확한 기준을 갖고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기준은 민생이다. 오염수 방류가 미칠 영향은 각 분야에 걸쳐 다양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피해 대상은 어업, 수산물 유통 및 가공업, 수산물 관련 자영업에 종사하는 수백만 수산업 종사자들이다. 집안의 누군가는 수산물 공포로 인해 생계가 막히고 끊길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 전 정권인 문재인 정부와 똑같이 윤석열 정부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외교적 대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국제 안전기준에 맞는 방류 자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방류 이후 해양 수질 및 생물 안전 여부를 감시해야 할 의무는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 참여, 후쿠시마 및 우리 연근해 수질 감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등 일본 측에 무례하다 싶을 정도의 해양 안전 관리로 국민의 불안을 진정시켜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총력저지투쟁 태세에 돌입했다. 장외투쟁도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의 입장과 행보는 정치적으로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국민의힘도 야당일 때 오염수 방류 저지에 앞장섰다. 하지만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과정에서 수산물 공포가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는 것은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 야당의 대일 투쟁에 동참하는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점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일본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전술에 몰입해 수백만 수산업 종사자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면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야당 주장대로라면 오염수 방류 영향은 총선 전에 검증 가능하다. 지금 중요한 일은 정부·여당은 자기 할 일을 하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정치적 금도를 지킴으로써 수산업 종사자들의 생계를 지켜내는 것이다. 전국의 수산업 종사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