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55년 만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명칭을 변경하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신임회장으로 맞이했다. 새 명칭인 한경협은 1961년에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등 기업인 13명이 설립한 경제단체였는데 1968년에 전경련으로 바꿔 지금까지 사용해 왔다.
류진 신임회장은 2001년부터 전경련 회장단으로 활동해 왔을 뿐 아니라 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한미재계회의의 한국 측 위원장을 맡는 등 글로벌 인맥과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대한민국이 주요 7개국(G7) 대열에 오를 수 있도록 한경협(전경련)이 글로벌 무대의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국정농단에 연루되어 탈퇴한 삼성, SK 등 4대 그룹도 일단 합류했다.
한경협은 정경유착 등 권력의 외압을 차단할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사무국과 회원사들이 준수해야 할 윤리헌장도 채택했다. 전경련은 설립 이래 반세기 넘는 세월동안 대기업들이 한국경제를 독식하는데 앞장서 왔다. 장기간의 군부독재시절에 뇌물성 비자금을 권부(權府)에 제공하고 대신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각종 이권사업을 회원사들이 배타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매개체 역할을 했던 것이다. 위기 때마다 전경련은 재발방지를 천명했지만 립서비스였다.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때 미르·케이(K)스포츠재단의 후원금 모금 창구 노릇을 한 사실이 드러나 또다시 국민들을 실망시켰던 것이다. 전경련은 반재벌정서 고착에 크게 기여했다.
전경련은 윤석열 정부 들어 재기를 도모했다. 6차례 연속 회장을 맡았던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올해 1월 중순에 퇴진한 뒤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직무대행으로 내정되었다. 김 직무대행은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고 옛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을 뿐 아니라 지난 대선 때는 친재벌 성향의 윤석열 후보 캠프 상임선대위원장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역임한 노회한 정치인이다. 김병준이 직무대행을 맡았던 지난 6개월 동안 전경련은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춰왔다. 그런데 그가 이번에는 한경협의 상근고문으로 잔류했다.
전경련의 환골탈태는 간판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정경유착을 차단하는 의지가 관건이다.
[사설] 간판 바꾼 전경련 국민기대에 부응하려면
입력 2023-08-23 19:21
지면 아이콘
지면
ⓘ
2023-08-24 19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