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으로 한 해 미뤄져 많은 스포츠 팬들이 기다리고 있던 데다, 내년 파리 올림픽까지 내다볼 수 있는 스포츠 빅 이벤트로 여느 때보다 많은 관심 속에서 개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한민국 스포츠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 운동부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무대에서 우리가 주인공으로 언제까지 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경기도부터 보자면, 여자 하키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수원 매원중학교 하키부가 사실상 운영되지 못하면서 덩달아 수원 태장고등학교 하키부가 내년에 대회 출전 가능 여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매원중 하키부 지도자가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조사를 받고 학교를 떠난 뒤,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남아있는 선수들도 운동을 그만뒀다.
이 충격이 태장고에 영향을 끼치면서 3학년들이 졸업을 하는 내년엔 인원 부족으로 정식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 선수를 수급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인천에서는 인천체육고등학교가 펜싱 사브르 종목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연화중학교 펜싱부가 문을 닫을 형편이다. 인천체고는 현재 시설로는 펜싱(에페·사브르)과 근대5종(에페) 전공 학생들이 동시에 훈련하기 어려워 에페 종목에 집중하고자 사브르를 신입생 모집에서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인천시교육청이 사브르 운동부를 창단할 고등학교를 물색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학생들이 인천에서 운동을 계속하려면 자부담으로 클럽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연화중 펜싱부 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일부는 진학을 위해 급히 경북이나 충북 등으로 전학을 가는 등 꿈을 위해 매진해온 학생 선수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비록 과거와 같이 국위선양을 앞세우지 않더라도, 선수들이 꿈을 펼칠 수 있고 선수들의 가슴에 달린 태극기에 전 국민이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것으로 스포츠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가 있다. 하지만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을 떠받치는 학교 엘리트 체육은 대중적 관심에 따라 명암이 극심하게 엇갈리고 있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피와 땀의 대가로 거둬들이는 결실의 기쁨만을 나눌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온전히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비인기 종목 학교 운동부에 대한 각별한 지원이 절실하다.
[사설] 엘리트 체육 떠받치는 학교 운동부가 위기다
입력 2023-08-2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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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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