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청이 다음 달 9일 예정된 제6회 인천퀴어문화축제의 부평역 광장 개최를 불허했다. 결국 축제 조직위원회는 장소를 부평시장 로터리 일대로 옮겨 축제를 열기로 했다. 지난해 제5회 축제 역시 남동구 중앙공원 개최가 불발됐다. 인천대공원사업소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로 장소 개방을 불허했다.
대한민국 헌법 21조는 국민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집회와 결사에 대한 허가를 인정하지 않는다. 모든 국민이 신고만으로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주의 국가 국민의 기본적 권리이다. 하지만 전국의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조례와 규칙 등 자치 규정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인천 지자체도 예외가 아니다. 인천시는 조례로 시청 앞 광장인 인천애뜰 집회 허가를 엄격하게 통제한다. 인천시 동구는 조례로, 부평구는 규칙으로 광장 사용 허가권을 배타적으로 행사한다. 국가 최고 법규인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법체계상 최하위인 자치규정이 부정하고 있으니, 국민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 변호사 단체가 2019년 인천애뜰 조례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배경이다. 하지만 인천시는 헌재 심판 때까지 조례 개정을 미루며 버티는 중이다.
퀴어축제를 불허한 부평구청은 같은 날 기독교단체의 부평역 광장 사용을 승인했다. 신청기간 외 신청인데도 집회를 허가했다고 한다. 광장 집회의 자유를 차별적으로 통제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자치단체들이 위헌적 자치규정으로 광장을 통제하는 이유는 단체장의 정치적 편익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권마다 정치적 우호세력과 사회적 영향력이 큰 집단들이 광장을 독점하는 현상이 관행이 됐다. 반헌법적 관행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집단을 광장에서 분리하고 목소리를 차단하는 차별의 근거로 작동한다.
성소수자를 향한 사회적 시선이 불편한 것은 현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까지도 광장에서 품을 수 있어야 민주주의이다. 정치적 고려와 행정의 편의에 따라 사회적 약자의 집회를 제약한다면,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공화국 시민의 자유는 축소된다. 민주주의의 꽃인 지방자치가 민주시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짓밟는 황당한 모순을 방치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인천시와 구·군 지자체들은 집회를 통제하는 조례와 규칙을 신속하게 폐기해야 한다.
[사설] 헌법 권리인 집회 자유, 자치 규정으로 막을 수 없다
입력 2023-08-2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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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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