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어린이 보행자가 적은 심야 시간대 간선도로 스쿨존의 제한속도를 기존 시속 30㎞에서 50㎞로 완화하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사실상 번복, 전국 스쿨존에서 혼선을 초래했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오후 9시부터 오전 7시까지 시속 30㎞였던 제한 속도를 50㎞까지 허용하는 내용으로, 스쿨존 속도 제한 완화를 9월 1일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격 시행 발표 후 하루 만에 '8개소에서 우선 운영한다'며 기존 발표를 번복했다. 8개소 역시 새롭게 지정된 곳이 아니라 이미 시간제 속도제한 완화를 시범 운영하던 곳이다. 사실상 달라질 게 없는데도 모든 스쿨존에 속도완화가 적용되는 것처럼 혼란만 가중시키는 우를 범한 것이다.

이 바람에 많은 운전자들이 스쿨존에서 진땀을 빼야 했다. 경찰의 번복 소식을 접하지 못한 운전자들은 "스쿨존 제한속도가 완화된 줄 알고 시속 50㎞로 달리다가 단속될 뻔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찰의 스쿨존 속도제한 완화 발표는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현장에서 찬반 공방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등 후유증까지 남겼다.

경찰의 섣부른 정책발표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경찰은 최근 '의무경찰 부활'을 두고도 입장을 번복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달 23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상동기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담화문'을 발표하는 자리에 배석, 구체적인 의경 채용 방안을 브리핑했다. 하지만 경찰은 불과 하루 만에 조직 개편부터 하겠다며 사실상 철회했다. 특히 의경 부활의 경우, 국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부처 간 조율 없이는 도입할 수 없는 사안임에도 불구, 경찰청과 국방부, 병무청 사이에 협의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부처의 이 같은 섣부른 정책 발표는 고질적이라 할 정도다. 교육부는 지난해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5세로 1년 낮추는 내용의 학제개편 계획을 내놓았다가 반대 여론에 부딪혀 철회, 졸속 정책으로 소모적인 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부 정책은 국민적 신뢰를 담보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정책에 대한 신뢰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철저한 검증과 분석을 전제로 형성된다. 아울러 대통령실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조율 및 조정능력을 발휘하는 등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다할 때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는 방안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