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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을 맞은 4일, 숨진 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추모 행렬이 길게 늘어선 가운데, '국회는 행동하라', '철저한 진상규명!'이라는 내용의 팻말을 집어든 시민들이 정치권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2023.9.4 /한규준 수습기자 kkyu@kyeongin.com
떠나시는 길, 함께 하고자 나왔습니다
서울 서초구에서 숨진 교사 A씨의 49재를 맞은 4일, 그가 다닌 학교에 이른 아침부터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전국에서 교사와 시민은 물론,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이 학교를 찾아 애도의 뜻을 남겼다.

광주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박모(40)씨는 "떠난 서초구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이 자리를 찾았다"며 "반복되는 교사들의 죽음에 슬픔과 분노의 마음도 있다. 같은 아픔을 겪는 동료들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 박모(30)씨도 "저 같은 경우 나쁘지 않은 환경에서 교사 생활을 해와 운이 좋았다"면서도 "그런 기본적인 환경조차 누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선생님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커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했다.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의 발길
바뀌지 않는 교육 현장 비판도

이들은 숨진 교사에 대한 애도의 뜻과 함께 바뀌지 않는 교육 현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용인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한데 현장 교사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교사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교육부와 도교육청이 행동과 조치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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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숨진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행렬이 운동장을 한바퀴 빙 둘러 있을 만큼 길게 자리하고 있다. 2023.9.4 /한규준 수습기자 kkyu@kyeongin.com

이날 오후 3시께 서이초 대강당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제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 열렸다.

임태희 교육감은 추모사를 통해 "'선생님을 추모하는 마음'과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에 대한 간절한 소망'은 모두가 하나일 것"이라며 "이제 우리 교육청은 선생님들의 교권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단순히 정책을 발표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교육현장에서 세밀하고 촘촘한 교권보호 체계가 실천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그는 "선생님들께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교권보호 조치를) 최대한 빠르게 추진하겠다"며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님 등 교육공동체 모두의 참여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실질적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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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주호 교육부총리가 추모 발언을 하기 위해 연단에 서자 현장에 자리한 일부 추모객은 이 부총리를 등지고 앉았다. 이들은 준비해온 '공교육 정상화'를 호소하는 피켓을 들어 이 부총리를 향한 항의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2023.09.04 /한규준 수습기자 kkyu@kyeongin.com

 

임태희 교육감은 추모사 낭독
"촘촘한 교권보호체계 만들 것"
한편 '예비 교사'들도 추모 분위기에 동참했다. 같은 날 안양시에 있는 경인교육대학교 경기캠퍼스에서 만난 한 학생은 "교사란 직업이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서 좋았다"면서도 "12년 동안 교사를 꿈꿔오면서 다른 생각을 안 해봤는데 일련의 사태를 보고 '교사가 맞을까'라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고 전했고, 또 다른 학생 역시 "숨진 선생님의 나이와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아픔이 더 와 닿는다"며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적인 타격이 크다"고 했다.

/조수현기자·목은수·한규준 수습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