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선생님들, 오늘은 무사하십니까?"
연단에 오른 20년 차 초등교사 A씨는 최근 이어지는 교사들의 참담한 고백들을 보며 자신은 그간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했다. '잘 참는 사람'이 아니어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그는 "다 함께 기어이 살아내 학교 현장의 변화를 보자"며 상처 입은 교사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학부모 민원으로 고통받다 세상을 등진 2년 차 교사의 49재날인 4일. 전국의 전·현직 및 예비 교사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정치권에 교권 보호 합의안 처리를 촉구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였다. 일곱 차례 집회가 이어지는 동안 경기와 군산에서 교사 세 명이 잇달아 숨지면서 교육계의 추모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기도 했다.
전국 13개 지역서 10만 명 찾아
학부모·학생 '체험학습 신청' 연대 "진실 알고싶다" 구호에 울분·탄식
교권보호합의안 촉구… 9월 예정
집회를 주최한 교사 모임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 측에 따르면 이날 주최 추산 4만 명, 전국 13개 지역에서 10만여 명이 참석했다. 고인을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된 집회는 교사들의 단체 행동을 지지하며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현장을 찾은 학부모와 학생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연단에 오른 교사들이 직접 겪었던 악성 민원 경험들을 털어놓자 여기저기서 탄식과 울분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후 교사들은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진상규명이 추모다, 진실을 알고 싶다' '교권보호 합의안을 지금 당장 의결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추모집회를 이어갔다. 집회 중간 94초간 침묵 묵념의 시간과 서이초 교사 어머니가 쓴 편지를 대독할 때는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이날 교사들은 교권보호합의안의 조속한 의결을 정치권에 촉구했다. 애초 이날 예정됐다 미뤄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는 조만간 다시 일정이 잡힐 예정이다. 국회는 9월 국회에서 교권보호 관련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야가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고, 7일 법안소위에서 한 번 더 선생님들을 위한 법안을 논의하자는 취지"라며 "21일이 본회의여서 마지막까지 국회가 노력하려는 것이다. 14일 이전에 전체회의를 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후 3시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서이초 강당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 참석한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회에 계류 중인 교원들의 교권을 지키기 위한 법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하는데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신속하게 법안이 추진될 수 있도록 민주당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방명록에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선생님의 아픈 길이 모든 선생님과 아이들의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도록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꼭 다하겠습니다! 안식하시길 빕니다!"라고 적었다.
서이초 국회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광온 원내대표가 정의당에서는 이정미 대표, 배진교 원내대표, 이은주 수석부대표, 심상정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앞서 서이초에서 열린 추모제만 참석하고 집회에는 당 차원에 참석은 하지 않았다. 다만 교육위에서 권은희·이태규·정경희 의원이 참석했다. 민주당 소속 교육위 의원은 강민정 문정복, 안민석 서동용 의원과 강득구 의원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