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인천 강화군에서 문화재로서 가치가 큰 고려시대 전면 온돌 형태가 온전하게 보존된 묘지사(妙智寺) 터를 발굴해 놓고도 다시 흙으로 덮기로 했다. 묘지사 터는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 않은 비지정문화재로 이곳을 보존·관리할 책임을 갖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재는 국가지정문화재와 시·도지정문화재로 나뉜다. 묘지사 터를 관할하는 강화군은 "국가가 발굴했으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전국에 산재한 지정문화재 대부분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한다. 문화재청은 "지방자치단체 협조 없이 무턱대고 문화재로 지정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지자체의 책임을 묻는다.
묘지사 터는 강도(江都·1232~1270) 시기 문화재다. 대몽항쟁 중 도읍을 강화도로 옮긴 왕이 머물던 사찰이다. 조선 세종 명으로 편찬된 고려 역사서 고려사(高麗史)에는 원종(재위 1260~1274)이 마니산 참성단에서 제사를 지내기 전 묘지사를 처소로 삼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문화재청 발굴조사 결과 방 전체를 'ㄷ'자 형태의 온돌로 난방한 가옥 중, 그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이렇게 가치가 높은 문화 유적이 복토작업으로 곧 사라지게 된다. 관리 주체가 없는 문화 유적인 탓에 향후 훼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화군은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릴 정도로 문화 유적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발굴된 것보다 땅에 묻혀 드러나지 않은 게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도로, 상하수도, 주차장 등과 같은 공공 인프라 구축 사업이 문화 유적 발굴로 인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문화재로 지정되면 인근 지역 개발행위가 제한되는 탓에 사유재산 침해를 우려하는 주민 민원이 타 지역보다 많다. 강화군이 문화재 지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강화지역 비지정문화재는 435점이다. 이 문화재 대부분은 체계적 관리 대책 없이 방치돼 있다. 묘지사 터 발굴을 계기로 강화지역 비지정문화재를 어떻게 보전해 나갈 것인지 관련 기관과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강화군 주민 상당수가 문화재 보호 대책을 '규제'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를 불식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논의도 함께 이뤄진다면 문화재청과 지자체 사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설] 다시 덮는 묘지사 터, 비지정문화재 보존대책 세워야
입력 2023-09-0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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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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