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수산물을 국산으로 속여 판매한 업소들이 당국에 적발됐다. 인천시 특별사법경찰과는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과 합동으로 시내 어시장과 횟집 등 수산물 판매업소 800여곳을 단속해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11곳을 적발했다고 6일 밝혔다. 단속 결과, A수산 등 3개 업소는 일본산 활가리비와 활참돔을 수족관에 보관·판매하면서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해 판매했다. 또 수산물 판매업소 6곳은 일본산 활참돔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고 판매하다 적발됐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원산지 표시위반으로 적발되는 것이 생소한 일은 아니지만 이번 사례는 결이 다르다. 지금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한 소비자 불안이 확산하면서 수산업계 전체가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비상시국이다. 수백만명 수산업 종사자들이 타격을 입게 되면 국가 경제가 온전할 리 없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수산물 소비 위축 현상이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 수산업 종사자와 소비자가 모두 수산물 소비 위축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파장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주요 수산물 유통경로에서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는 등 방사능 공포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비자들도 측은지심으로 어시장과 횟집을 찾고 있다.
그러나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위기감은 여전하다. 언제, 어떤 계기로 수산물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지 몰라, 하루하루의 판매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시기다. 이런 마당에 일본산 수산물을 국산으로 속여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는 수산업계 전체를 싸잡아 공멸의 길로 가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리듯 대다수 선량한 수산업 종사자를 욕보였고,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민관의 노력을 퇴색시켰다.
수산업계는 이번 일을 일부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 정도로 치부해선 안 된다. 일부 상인의 일탈적 상행위가 어시장 전체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친 '소래포구 꽃게 바꿔치기'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이참에 수산업계는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자체 자정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아울러 소비자들의 요구를 파악, 유통구조 개선 등 혁신을 통해 질 높은 수산물을 값싸게 공급하는 방안도 강구할 것을 권한다. 그것이 소비자의 외면을 최소화하는 최선책이다. 소래포구에서처럼 어시장 앞마당에서 절 한번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설] 이 시국에 일본산 수산물을 국산으로 둔갑시키다니
입력 2023-09-0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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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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