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행정안전부가 제기한 '인천시 옥외광고물 조례'의 집행정지 신청을 최근 기각했다. 이로써 인천시는 해당 조례의 위헌 여부를 가르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분별한 정당현수막을 뗄 수 있게 됐다.

인천시는 지난 6월 정당현수막 난립을 방지하는 내용의 조례를 전국 처음으로 시행했다. 정당현수막은 지정게시대에만 걸도록 하고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로 제한하며 정책 홍보가 아닌 혐오나 비방 내용을 담지 못하도록 하는 게 조례의 골자다. 하지만 행안부는 곧바로 이 조례가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에 저촉된다며 대법원에 인천시의회를 상대로 '조례안 의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조례의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했는데, 대법원이 "행안부의 집행정지 신청은 이유가 없다"며 인천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정당현수막의 폐해는 전국 현안인 만큼, 이번 대법원 기각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천시와 비슷한 행보를 취하고 있는 각 지자체들의 정당현수막 규제도 이번 결정에 힘입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물론 본안 소송이 남아있기 때문에 정당현수막 정비에 법적 제약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은 정당 정책과 정치적 현안에 대해 표시·설치하는 현수막은 설치를 제한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당과 정치인을 알릴 기회가 줄어든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결국 본안 소송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대법원 기각 결정으로 정당현수막의 폐해를 사법부 또한 공감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사실 이번 집행정지 신청 기각은 정치권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상대 정당에 대한 비난과 막말로 도배된 정당현수막을 보고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이해하는 시민은 거의 없다. 눈살을 찌푸리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서울시민 10명 중 8명 가량이 현수막 문구를 보고 불쾌감을 느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현수막이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도시 미관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정도면 거의 공해 수준이다.

정당 활동의 자유는 국민의 상식과 정서가 수용하는 범위 안에서 유효하다. 이번 기각 결정은 국민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이 정당현수막을 당리당략의 도구로만 활용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일종의 경고다. 정치권은 이번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