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의 장치장 부족 문제로 인천 부평공장에서 생산된 한국지엠 차량 수 천대가 400㎞나 떨어진 부산항까지 옮겨져 수출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2대 항만으로 꼽히는 인천항의 수출 인프라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항만당국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천 부평공장에서 생산된 트레일블레이저 차량 중 매월 1천~2천대가 부산항을 통해 수출되고 있다. 내년에도 연간 2만대 안팎의 차량이 부산항을 통해 수출될 예정이라고 한다. 월 1천대 이상의 트레일블레이저 차량은 카캐리어(자동차 운반 차량)에 실려 부산항까지 400㎞를 이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 건 자동차 운반선 부족 현상과 인천항의 컨테이너 장치장 부족 문제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자동차 수출은 통상 자동차 운반선을 통해 이뤄지는데,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자동차 운반선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을 컨테이너에 실은 뒤 수출하고 있다. 컨테이너 운임이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지엠은 40피트 컨테이너 1개에 3대의 차량을 실어 미국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컨테이너를 통한 수출은 전체의 20~30%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항의 경우 컨테이너 수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장치장이 부족해 소화할 수 없는 한국지엠 수출 차량 일부를 부산항으로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항만 업계는 인천신항에 위치한 1만7천㎡ 규모의 수출 중고차 전용 야적장을 신차 수출을 위한 장치장으로 임시 활용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의 여러 목소리를 들어 대안을 내놔야 할 기관인 인천항만공사는 아직 이런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 각 분야별 수출 활성화를 위한 규제 혁파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인프라 부족 문제로 비효율적인 수출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인천항의 현실이 부끄럽기만 하다.
인천항은 인천공항과 함께 인천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중심축이다. 한국지엠 수출 차량 문제와 같은 사안이 반복될 경우 국내는 물론 해외 화주들도 인천항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발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항만 당국은 빠른 시일 내에 인천항 수출 차량이 부산항으로 이동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계속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설] 인천항 수출차량 장치장 부족, 대책 서둘러야
입력 2023-09-1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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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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