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8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기 만료 직전 재판을 서둘러 판결 결과에 이목이 집중됐지만, 원심의 판단을 유지한 결과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2020년 1월 기소된 지 3년8개월 만에 최 의원의 유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로 사법정의가 실현됐다는 개운함보다는 지연된 정의에 대한 회의감이 더 크다. 최 의원은 범죄 혐의로 기소된 지 몇 달만에 21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됐다. 2심 판결 까지 2년4개월이 걸렸고,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또 1년4개월이 걸렸다. 의원직을 상실하고 4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되는 범죄자가 국회의원 임기 대부분을 채웠다.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됐다면 범죄자가 국민을 대의하는 불의를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었다.
권력 앞에만 서면 재판이 한 없이 지연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로 2020년 1월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 민주당 황운하·한병도 의원 등의 1심 재판은 지난 11일 결심 공판을 마쳐 내년 초에나 선고가 될 전망이다. 1심 재판 동안 송 전 시장은 임기를 마쳤고, 두 국회의원은 임기를 다해간다. 대법원까지 간다 치면 두 의원은 공천을 받아 다음 총선 출마도 가능하다.
조 전 장관도 기소 후 3년2개월만에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상급심 재판 절차를 완료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유인의 삶을 만끽하고 있다. 2019년 2월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결심 공판까지 4년10개월이 걸려 이제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온갖 재판 지연 수단을 동원해 법원의 신속한 재판을 방해하는 현실을 모르는게 아니다. 하지만 법원 역시 정치·경제권력이 개입된 재판을 과도하게 지체시킨다는 비판을 모면할 수 없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지체된 재판은 무죄 피고인에겐 과도한 인권침해이고, 유죄 피고인에겐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피해자의 피해 복구를 지체시키는 결과에 이른다. 재판 지체로 사법정의가 유예되면서 초래된 사회적 혼란의 폐해도 심각하다. 최강욱 전 의원의 대법원 판결이 개운치 않은 이유이다.
[사설] 권력자 재판 지체로 흔들리는 사법정의
입력 2023-09-1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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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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