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니 성남 제빵공장 근로자 사고사와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19일 SPC그룹 허영인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고발했다. 허 회장이 중처법 위반으로 고발된 건 지난해 계열사인 SPL 평택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숨진 사건에 이어 두번 째다.

당시 노동부는 사건 조사 후 강동석 SPL 대표만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지난 달 25일 강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반면 허 회장에 대해서는 'SPL 사업을 대표하는 경영책임자로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려 형사 책임을 면제해줬다. 노동부의 처분 논리상 이번 샤니 성남공장 사건과 관련한 허 회장 고발 처분도 같은 결과에 이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SPC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이고 반복적인 노동자 사상 사고의 양상과 경영환경을 감안하면 노동부가 이번에도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샤니 공장 사고 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웅래 의원은 지난 3년간 SPC 계열사에서 58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질타했다. 여당의 한 의원은 공장 시설과 장비가 재래식 방앗간 같다고 성토했다. SPL 사고 이후 안전관리에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던 허 회장의 약속이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이었다.

SPC그룹은 허 회장 일가가 과반의 지분으로 외부의 간섭 없이 경영 전권을 행사한다. 그룹을 지배하는 핵심법인 이외의 계열사 대표들은 고용 사장에 불과하다. 이는 허 회장이 증여세를 피하려고 계열사 사이의 주식 거래를 주도한 배임죄 혐의로 재판 중인 사실로도 알 수 있다. 안전관리 투자 1천억원도 허 회장만 결정할 수 있는 경영행위였다.

SPC그룹 계열 공장에서 발생하는 노동자 사상사고는 고질적이고, 그룹 경영의 책임자는 허 회장이 명백한 마당에 노동부가 중처법 처벌 대상을 계열사 대표로 한정한다면, 법 제정 취지가 무색해진다. 대기업 오너 경영자가 중처법 위반 혐의를 형식상 독립법인인 계열사 고용 사장에게 전가하고 문제가 된 노동환경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처법 시행을 앞두고 꼬리자르기용 대표를 고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중처법 확대 시행을 앞두고 사회적 논란이 뜨겁지만, SPC그룹 같은 사례 때문에 대안 마련이 힘든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허 회장 처분을 자체 판단하기 보다는 검찰과 법원에 넘겨 법리로 판례를 확립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