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켰다. 이로써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문턱에서 표류하던 정국이 한 고비를 넘어 격랑의 바다로 진입했다. 국회는 21일 오후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통해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이 대표 체포에 동의했다. 이 대표측 강성 지지층의 압박에 100여명의 당 소속 의원들이 부결 인증에 동참했다. 입원 단식 중인 이 대표가 전날 직접 부결을 호소했다. 부결이 확실하다는 전망이었다. 결과는 완전히 뒤집혔다.

극적인 가결의 결과가 정국에 미칠 영향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민주당은 이 대표 거취를 놓고 대립했던 친명계와 반명계의 반목이 극단적인 형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개딸'로 알려진 이 대표 친위 지지층이 체포동의안 찬성 의원들 색출에 나서면 한 지붕 아래 동거가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다. 국회를 지배하는 제1야당이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지고, 친명 의원들이 전면적인 대여 투쟁에 돌입하면 정국은 마비된다.

초조하기는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대표를 법원에 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구속 여부는 법원의 실질심사로 결정된다. 만일 법원이 구속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 수사를 비난해 온 이 대표와 민주당의 정국 주도권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 수사에 총력을 기울인 검찰도 위축될 수밖에 없고, 검찰 출신 대통령의 리더십은 약화된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담긴 정치적 함의는 역설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공평해야 할 사법처리 절차가 정치적으로 오염됐음을 보여준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의 전 단계일뿐이다. 체포동의안 가결은 일반 국민이 따르는 사법처리 절차의 시작에 이 대표를 세우는 데 불과한 것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주장대로 검찰 수사가 증거도 없이 조작된 것이라면, 자청해서 법원의 판단으로 검찰의 도발을 물리쳐야 맞는 일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우리 사법부를 신뢰하고 법 절차에 복종한다면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해석해 정국을 급랭시켜서는 안된다. 이 대표 문제는 법원의 결정에 맡기고, 민생을 챙기는 일상적 정치행위를 유지해야 한다.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재명'에 매몰돼 정치를 파국으로 몰고간다면, 그 책임의 경중을 따져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