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아 경기도 전역이 축제로 물들고 있다. 수부도시 수원의 '2023 힐링폴링 수원화성'을 비롯해 정약용 선생이 태어난 남양주에선 '다산 정약용 문화제', 포천은 산정호수의 수려한 풍경을 활용한 '억새꽃 축제', 밥맛 좋은 쌀로 유명한 이천과 여주는 각각 '쌀 문화축제'와 '오곡나루축제' 등으로 가을 정취를 느끼려는 방문객들을 불러 모은다.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부실한 내용으로 '축제를 위한 축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남시는 '성남페스티벌'을 대표축제로 만들겠다며 15억원의 예산을 사용했는데, 공감할 수 없는 내용으로 축제의 주역인 시민들의 참여와 반응이 미미했다. 탄천 위에 설치된 수상무대는 관람객들에게 잘 보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허약한 서사와 볼거리 등은 시민들이 집중하기 힘들었다는 평가다.

이날 행사장 주변 보도교인 세월교의 인원 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지만, 단 4일간의 페스티벌을 위해 수변과 하도의 식생을 제거하는 생태파괴라는 악수까지 두면서 무엇을 위한 축제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게다가 성남페스티벌 이틀째인 지난 7일에는 메인행사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스나 시설물이 시민들을 이끌지 못하고 한적한 모습을 보이면서 성남시 대표축제로 만들겠다는 비전은 한계를 드러냈다.

성남시는 이미 십수년 전부터 시민들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대표축제와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사용해왔다. 그럼에도 이번 선보인 성남페스티벌은 시민이 없는 축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성남페스티벌에 투입된 17억원(시비 15억원·후원 2억원)에 비해 현저히 적은 예산으로 전 국민이 알만한 축제가 상당히 많다. 콘텐츠는 다양하지만 성공한 축제들의 성공방정식은 '지역 정체성'을 주제로 삼은, 시민들이 축제의 주역이라는 점이다.

신도시를 기반으로 성장한 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민 모두가 공감하는 전통적 지역 정체성을 내세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시민들을 통합할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문화적인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문화는 공동체의 산물인 만큼 축제의 기획, 준비, 실행, 결산까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남시는 이번 축제를 철저하게 반성해 시민 참여형 축제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