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에서 급식을 담당하는 조리실무사는 499개 학교 2천639명이다. 정원(3천28명)보다 389명이 적다. 부족한 인원만큼의 일을 나눠서 해야 해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다. 1명이 수십~수백명의 식사를 담당해야 한다. 지난달 1일자로 신규 채용한 226명 중 21명이 한 달도 안 돼 사직했을 정도다. '고된 노동'도 문제지만 조리실무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산업재해다. 발암물질 조리 퓸(cooking fumes)에 노출된 노동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급식실에서 식재료를 볶고, 튀기고, 굽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인 조리 퓸은 폐암을 유발한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미 지난 2010년 조리 퓸 노출량과 폐암 발병의 상관관계를 연구보고서로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조리 퓸의 위험성이 뒤늦게 제기됐다. 인천시교육청이 지난해와 올해 학교 급식실 노동자를 대상으로 폐 CT 검진을 시행한 결과 폐암 확진 판정을 받은 이는 6명에 이른다. 주변에 폐암 발병이 하나둘 생기면서 노동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급식실 현장은 열악한 반면 교육 당국의 설비 개선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인천시교육청은 조리 퓸에 의한 폐암 발병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급식실 환기 설비를 개선하는 공사를 계획했다. 본래 내년까지 474개 공립학교에서 진행하기로 한 계획은 2년 늦춰졌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학교 급식실 업무환경 개선 종합계획'을 내놨지만 환기 설비 개선 사업을 모두 끝내는 시점을 지금으로부터 4년 뒤인 2027년으로 잡아 급식 현장에서는 사업 추진 속도를 체감하기 힘들다.
발암물질 조리 퓸은 '살인 연기'로도 불린다. 이 연기 속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폐암을 얻은 동료의 소식을 종종 접하면서도 일터에 나가야만 하는 처지를 교육 당국은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학사일정 등의 이유로 급식실 개선 공사가 지연되는 건 일견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발암물질 속에서 일해야 하는 급식 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는 작업 역시 후순위로 밀릴 수 없는 사안이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전국의 급식실 노동자 중 폐암에 걸려 산재를 신청한 인원은 지금까지 158명이다. 이 가운데 경기지역은 47명, 인천지역은 5명의 산재 신청이 있었다. 교육 당국의 신속한 대응을 바란다.
[사설] '살인 연기' 차단 급식실 환기 개선 시급하다
입력 2023-10-17 19:38
수정 2024-02-06 17:33
지면 아이콘
지면
ⓘ
2023-10-18 19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