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거리에 내붙은 정당 현수막을 철거하기로 했다. 정치 이슈 관련 현수막이 공해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걸리게 된 것은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장 허가와 신고 없이 현수막 게시를 가능케 한 옥외광고물법 개정 때문이었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할 것 없이 모두 정당 현수막의 내용은 정쟁을 부추기고 상대를 혐오하는 언어들로 가득 찼었다. 이를 철거해 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고 국회에서도 정쟁성 현수막을 걸지 말자는 논의가 이루어져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었다. 현수막이 현역의원과 지역의 당협위원장이나 지역위원장에게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말이 정당 현수막이지 상대 정당에 대한 비방과 국민을 선동하는 저급한 내용들이 주된 내용들이며 국민의 수준을 낮게 평가하지 않고는 걸릴 수 없는 현수막들이 대부분이었다. 오로지 당선만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부끄러운 정치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마침 국민의힘이 10·11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후 당 쇄신과 관련하여 현수막 철거라는 방침을 세운 것은 오랜만에 보는 바람직한 변화의 모습이다. 차제에 민주당도 이에 호응하여 양대 거대 정당이 선의의 경쟁으로 민생을 챙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민생과 경제를 강조하면서 당정 소통과 국민에 다가가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민생을 강조하는 상황이고 보면 총선이 다가올수록 두 정당의 정쟁이 더 심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다소나마 상쇄시킬 수 있는 변화의 조짐들이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경험칙으로 미루어 볼 때 이러한 움직임들이 특정 정치 이슈가 부상하면 바로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야 모두 민생과 경제를 승부의 기준으로 내걸고 경쟁을 할 때 양대 정당 모두 살 수 있다.

여당은 야당에 대한 사법리스크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야당 대표에 대한 비난보다는 집권세력답게 국정 성과를 통하여 개혁과 민생 정책에 다가가야 한다. 국민과 소통하는 것은 물론 야당과도 대화와 소통으로 극단의 대치를 해소해 나가는 정치력을 보여줄 때 여당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외연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야당 역시 대안과 정책을 제시하여 수권정당의 정체성을 쌓아나가야 한다. 정쟁성 현수막 철거를 계기로 여야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주문한다. 그럴 때 상생의 정치가 펼쳐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