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에서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이영승 교사에 대해 마침내 순직 결정이 내려졌다. 정부 인사혁신처가 최근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를 열어 이 교사의 순직을 공식적으로 인정했고, 지난 20일 경기도교육청을 통해 사실이 확인됐다. 2021년 12월 이 교사가 살을 에는 겨울바람 속으로 스스로 몸을 던진 지 2년여 만이다. 유족이 천신만고 끝에 올해 2월 10일 순직 신청을 하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교육자로서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선생님의 순직이 인정되도록 기관 차원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일단 그 약속이 지켜진 셈이다. 그럼에도 뒷맛은 여전히 개운치 않다.
올해 7월 발생한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없었더라도, 그로 인해 전국의 교사들이 분노하고 여론이 들끓지 않았더라도, '왕의 DNA' 운운하며 갑질을 해댄 교육부 사무관의 일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이 교사의 유족들이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일찌감치 단념했더라도 저토록 안타까운 죽음이 과연 상식과 순리대로 순직으로 결론 내려질 수 있었을까. 사건 발생 당시 학교 측은 '단순 추락사'로 경기도교육청에 보고했다. 사망경위서를 확인한 유족으로부터 순직 처리를 위해 '자살'로 수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묵살했다. 앞서 6개월 전 같은 학교에서 발생한 김 모 교사 사망 때처럼 똑같이 단순 추락사로 보고했고, 상부기관인 경기도교육청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세상의 시선은 이 교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악성민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일시적 분노 표출의 대상은 될지언정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제도의 미비, 시스템의 미가동, 관리자의 책임 회피 태도에서 사안의 본질을 찾아야 한다.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일회성 대책이고 미봉책에 그칠 뿐이다. 전문적이고 숙련된 민원 처리 인력의 배치, 보고 사항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와 확인, 관리자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한다. 임 교육감은 이 교사의 순직 결정이 내려진 날 다시 SNS에서 "학교현장에서 국가의 책무를 다하시는 선생님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선생님 홀로 모든 일을 감당하시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의 구체적인 실현을 기대한다.
[사설] 故 이영승 교사 '순직' 결정 이후의 과제
입력 2023-10-22 20:19
수정 2024-02-0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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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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