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고개 숙인 지 며칠만에 SPC그룹의 계열사 공장 현장에서 또다시 손 끼임 사고가 발생했다. 연이은 중대재해로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 몰려 지난 12일 SPC계열사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가 국감장에서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또다시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국감장 사과 6일 만이다. 이같은 안전사고가 반복되면서 그룹차원의 책임과 함께 현장 안전 점검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SPC 계열사인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빵 포장기계 작업을 하던 직원의 새끼손가락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계 장치 간격이 일부 틀어지자 이를 조정하기 위해 수동으로 작업하던 중 기계에 장갑이 말려 들어가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당한 직원은 새끼손가락 일부가 찢어지고 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SPL에서는 지난해 10월 2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숨진 바 있고, 지난 8월 다른 계열사인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도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났다. 샤니는 지난해 10월과 지난 7월에도 각각 손가락 절단, 골절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처럼 반복된 중대재해사고 책임으로 국정감사 출석 요구가 이어졌던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오는 26일 증인으로 채택돼 국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국회는 국정감사를 통해 허 회장을 대상으로 그룹 내 연이은 중대재해 사고와 관련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허 회장은 지난해 사망사고와 관련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고 1천억원 대 안전경영 투자와 재발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문제는 허 회장뿐만 아니라 계열사 대표까지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연이은 사고로 공염불이 된 점이다. 노동현장이 관리 강화로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말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허 회장에게 직접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배경이다. 계열사 사장에게 책임을 묻는 수준으로는 살인적인 노동현장 개선이 힘들다는 것이다.
허 회장이 국감에 출석한다해도 모범 답안만 되풀이할 것이 뻔하다. 인력과 비용을 들여 안전관리를 강화해 다시는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부도난 어음 같은 다짐일 뿐이다. 국감을 통해 중대재해에 대한 최고 경영자의 법적 책임을 강요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설] 구제불능 SPC 안전사고, 최고경영자 책임 중하다
입력 2023-10-23 20:08
수정 2024-02-0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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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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