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행정구역 개편이 초대형 이슈로 떠올랐다. 여당인 국민의힘 당대표가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할 뜻을 밝히면서다. 김기현 대표가 30일 이런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인 31일엔 구리·하남·광명·과천·부천·고양 등 서울 인접 경기도 도시들로 서울 편입론이 확산됐다. 지난 10일 경인일보가 김포시 일부의 여론을 종합해 처음 보도했던 '김포시 서울 편입론'이 창졸지간에 '서울 메가시티 구상'으로 증폭된 것이다.

김포의 서울 편입론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 과정에서 불거졌다. 30년동안 선거용 이슈로 소비됐던 경기 남북 분도론을 김 지사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분도의 손익을 따져보는 북부 기초단체들의 고민도 시작됐다. 그 결과 김포시에서 서울시 편입이 지역에 최선이라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고, 국민의힘이 이를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일이 커졌다. 이렇게 되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이슈는 수도권 행정구역 대개조론의 하부 의제로 격하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의 서울 접경 경기도 도시들의 서울 편입 구상이 총선을 겨냥한 고도의 득표 프레임으로 해석한다. 이 프레임은 대상 도시 시민들이 서울 편입을 원한다는 가정을 전제한다. 특별법으로라도 서울로 편입시켜줄 국민의힘을 지지해 달라는 사인이라는 얘기다. 민주당이 반대하면 프레임은 더욱 단단해진다. 찬성하면 프레임을 주도할 수 있다.

개혁 수준의 행정구역 개편은 수도 이전에 버금가는 국정과제다. 개편 지역 국민의 삶이 바뀌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재편된다. 지방자치 복원 직후 거론됐던 수많은 행정구역 개편론이 담론 수준에 그친 이유이다. 지방자치 이후 극히 일부 지역의 편입과 통합 등 미세 조정을 제외한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사실상 금기였다.

국민의힘이 '서울 편입' 당근으로 서울 접경 경기도 도시에서 의석을 챙길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공염불이 되면 22대 총선 이후엔 모든 선거를 포기해야 한다. 경기 분도도 김 지사의 의지가 워낙 강력해 반대론이 잠복한 것이지, 반대 명분과 논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김 지사가 정치적 책임을 각오했기에 추진 동력이 올라갔을 뿐이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와 서울 메가시티 구상은 국가 행정개조 수준의 국정이어야 맞다. 신중한 공론화와 치열한 논의를 거친 결과로 추진돼야 한다. 그런데 덜컥 공론화하고 추진한다. 불발되면 상처 입은 민심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