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자 사설에서 집단폐업 위기에 내몰린 경기도 마을버스의 현실을 지적했다. 이 지적 때문인지 몰라도 지난 9월 경기도의회에 '경기도 마을버스 운수종사자 처우 개선 조례안'이 발의됐다. 마을버스 기사들의 임금, 근로여건 등 처우 개선을 통해 마을버스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일단 대중교통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마을버스에 대한 입법 지원 추진은 반길만한 일이다.

하지만 도내 마을버스 업계가 직면한 총체적 경영 위기에 비하면 반쪽짜리 대책에도 못 미친다는 아쉬움이 크다. 기사 처우를 개선해봐야 줄도산 중인 마을버스 업체가 사라지면 무의미하다. 회사가 망해 떠나야 할 판에 처우 개선을 해줄 기사들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업체를 살리는 지원과 기사 처우 개선이 함께 진행돼야 맞다.

마을버스는 대중교통 체계를 완성시키는 모세혈관 역할을 수행한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대중교통 노선을 거주지와 연결해주는 마을버스가 없다면 주민들의 교통권은 심각하게 훼손된다. 그런데 경기도는 마을버스 지원 책임을 기초단체에 떠넘겼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은 마을버스를 외면한다. 수원의 경우 동서를 횡단하는 두 개의 전철 노선에 마을버스가 남북으로 주민들을 연결해주면 출퇴근 교통난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지만 실행하지 않는다.

지원이 없으니 부채에 시달리는 업체들은 헐값에 매각하거나 폐업한다. 경영이 부실하니 기사 처우는 생각도 못하고, 기사들은 틈만 나면 이직한다. 그 결과 지난 9월 기준으로 도내 마을버스 차량 2천988대중 30% 가량인 867대가 차고에서 쉰다. 정상 운행을 위한 기사 정원의 41%가 부족해서다.

서울시가 지난해 480억원의 예산으로 마을버스 적자를 보전해 준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서민들의 필수 공공재인 마을버스는 근본적으로 경쟁력에서 취약하다. 최소한의 경쟁력을 보전해주어야 공공재의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 경기도가 버스 준공영제를 확대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 아닌가.

경기도의회가 마을버스를 정책 테이블에 올린 것 자체는 큰 성과지만 마을버스 업체에 대한 공적 부조를 제외한 채 기사 처우 개선에만 집중하면, 업체는 계속 죽어나가고 예산만 낭비할 수 있다. 게도 구럭도 다 잃는 결과다. 마을버스를 활용한 대중교통 체계를 재설계한 뒤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