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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이 공동주관한 '한국형 횡재세 도입, 세금인가 부담금인가'를 주제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 오수진 기자

'횡재세'에 대한 국회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코로나19 이후 고금리·고물가로 가계 살림은 여전히 팍팍한데 금융·정유사들의 연말 '성과급 잔치'로 서민의 허탈감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야당이 본격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린 것이다. 이미 스페인·체코·리투아니아·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에서 횡재세가 시행되고 있지만, 8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는 국내 실정에 맞는 '한국형 횡재세' 도입을 위해선 용어는 물론 과세 또는 부담금 형태 등의 적용 방식까지 신중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다.

'세금인가 부담금인가' 국회 토론회
민주당, '금융·에너지사 고통 분담해야"
유럽 등 이미 도입... 국내 맞는 방법 논의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형 횡재세 도입, 세금인가 부담금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이미 발의된 관련 법안을 토대로 기업들의 초과 이익에 대한 '횡재세' 도입을 제1야당의 민생 정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기백(시립대)·정훈(호서대)·김유찬(홍익대) 교수, 김강산 입법조사처 조사관, 위평량 연구소장·채은동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논의에 참여한 가운데 국내에서 도입할 경우 크게 ①이중과세(도입 방식) ②횡재 용어 낙인 우려 ③초과이익 기준 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며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가장 많이 논의된 것은 이중과세 부분이다. 횡재세를 도입한다면 부담금 방식이 적절하다는 내용이 많았다. 김유찬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서민금융지원·에너지 약자 지원 기금 등 부담금으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초과이익에 대한 과세보단 이윤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연구원 채은동 위원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조세와 부담금의 과세 방식 차이를 들며 기존 항목을 활용한 부담금 형태의 과세 방안이 합리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채 연구위원은 "서민금융진흥원·신용회복위원회 출연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부담금 형태로 도입해 제도의 효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강성 발언을 고려하면 향후 가능성이 있다.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 지정 신청을 하면 법안 통과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어떤 구현 방식이든 조기 도입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위평량 소장은 "횡재세는 예상치 못한 외부경제(전쟁·초인플레이션·경제위기) 영향으로 인한 특정 산업 업종의 초과이익 발생하면서 불평등 구조를 극복하고 사회 공동체의 신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라며 "코로나19 시점에 초과이익세가 도입이 됐다면 최근에 효과가 있었겠지만, 소급 적용이 불가능한 만큼 지금이라도 빨리 도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강산 입법조사관 역시 "우리나라와 시장 환경이 다른 일부 해외 국가 도입 사례를 단순 모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산업의 경쟁도 또는 기업이 벌어들인 막대한 초과이익의 주요 원인으로 횡재세 부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또 횡재세를 도입한다고 해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지 검토가 필요한데, 이중과세 논란이 있어 부담금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횡재세 도입과 관련된 법률안 개정안은 이성만·양경숙·민병덕·용혜인 의원안으로 법인세법 일부 개정안, 소상공인 보호·지원법 개정안 등이 있다. 석유정제업자와 액화석유가스집단공급사업자, 은행업 등의 초과 이익에 과세하고 세액 일부를 소상공인 또는 서민금융 지원에 배분하는 것이 골자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축사를 통해 "민주당은 이미 한국형 횡재세 도입을 촉구한 바 있다"며 "국민 고통을 담보로 막대한 이익을 낸 기업의 최소한 사회적 비용, 고통 분담에 함께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은 일종의 독과점이라 갑질을 많이 한다(소상공인대회)'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10월 국무회의)'는 이른바 '은행 때리기' 발언 이후 여당 역시 은행의 사회적 책무 강화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도 금융 당국에 "중소·서민 금융 지원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은행권과 적극 협조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