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를 막론하고 '전관' 문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논란이다.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의 배경으로 LH 전관 업체가 거론되는가 하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한국도로공사와 조달청의 전관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숱한 전관 논란의 원조는 법조계다. 전직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유리한 판결을 받는다는 '전관예우'는 관행화된 부조리다. 변호사의 판사실 출입제한, 변호사법 강화 등 근절을 위한 시도가 수십 년 이어져 왔지만 전관예우는 여전하다.
수원시의 한 법무법인은 사무실 외벽 간판에 '판사 출신'이라는 문구를 버젓이 내걸었다.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서도 '전관 변호사'라는 키워드로 올라온 광고들이 적지 않다. '전관' 명시 광고는 대한변호사협회 회규상 제한 대상이다. 변호사 업계에서도 "다른 변호사들 신용마저 떨어진다"며 노골적인 전관 영업에 눈살을 찌푸린다. 그럼에도 전관 광고가 횡행하는 것은 전관예우가 여전히 법조계의 현실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년 전 대법원 산하 사법발전위원회 설문조사에서도 응답 판사 23.2%가 "법원 재판과 검찰 수사 등에서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했고, 13.3%는 "전관 변호사가 형사 재판의 결론을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
법조계의 '전관' 위세는 법조계가 '그들만의 리그'라는 점을 상징한다. 이는 8년여간 이어져온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과의 분쟁에서도 드러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럼에도 변협은 로톡 가입 변호사에 징계를 강행하려고 했다. 지난 9월 법무부가 징계 처분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해묵은 갈등에 종지부가 찍혔지만, 법조계의 폐쇄성을 보여준 사례로 지적된다.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는 최근 '판사 출신', '검사 출신' 등 전관을 암시하는 외벽 간판 등을 오는 12월 31일까지 자발적으로 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간판에서만 판사나 검사를 지운다고 해서 오랜 기간 만연한 전관예우가 사라질 리는 만무하다. 법조계의 전관 특별 대우가 이뤄지고 있다는 믿음, 실제로 효력이 나타나는 현실이 전관예우의 근절을 막고 있다. 전관예우는 유전유권무죄 무전무권유죄의 배경이자, 법조에 대한 국민 불신의 근원이다. 이제는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로 사회가 분열하는 관행이 자리잡는 지경이다. 전관 광고도 막지 못하는 법조계가 전관예우를 뿌리뽑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설] '전관' 광고 방치하면서 전관예우 뿌리뽑을 수 있나
입력 2023-11-09 19:35
수정 2024-02-07 15:24
지면 아이콘
지면
ⓘ
2023-11-10 15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