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인 태양광 사업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비리로 오염됐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이 14일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에는 감사 도중에 알려진 어처구니 없는 비리 외에도 공공기관 임직원과 공무원들마저 태양광에 빨대를 꽂고 부당한 이익을 취한 비리 백태로 가득하다.
우선 한국전력 등 태양광 발전사업과 업무 연관성이 있는 공공기관 8곳의 임직원 251명이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태양광 사업을 영위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64명도 겸직 허가 없이 태양광 사업을 벌였다.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업 전망이 좋은 부지를 선정해 배우자·모친·장모 등의 명의로 태양광 발전소 6곳을 운영한 한전 대리급 직원과 배우자와 자녀 명의로 발전소 3곳을 운영한 에너지공단 전 부이사장은 수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부가 농업인에게 수익을 보장해주는 소형태양광 사업에는 급조된 가짜 농업인들이 머리를 싸매고 달려들었다. 사업자 2만4천명의 44%가 지원 제도 도입 후 농업인 자격을 갖췄고, 이 중 상당수가 예상대로 브로커가 만들어 낸 가짜 농업인이었다. 가짜들에게 혈세가 줄줄 샌 것이다.
검경의 수사 착수로 이미 알려진 내용도 포함돼 되새기자니 또 다시 부아가 치민다. 군산시장은 안경점 운영 이력뿐인 고교 동문을 1천270억원 규모의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추진업체의 대표로 뽑았다. 산업부 간부 공무원 2명은 인허가가 불발된 태안군 태양광 발전소를 되살려, 땅 주인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 뒤, 이 중 1명은 로비 업체의 대표이사로 취업했다. 태양광은 아니지만 한 국립대 교수는 허위자료로 확보한 새만금 풍력발전 사업권을 5천만달러에 매각하는 봉이 김선달 행각을 벌였다.
한마디로 정상국가의 국책사업이라기엔 참담한 비리 구조다. 공기업 LH 임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사태는 바닥까지 썩어버린 공공분야 비리의 끝이 아니라 일각에 불과했다. 정부 담당 부처와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민간 등 전 영역에 걸쳐 모리배들이 국책사업에 이권의 빨대를 꽂았다. 국민 혈세를 무섭고 무겁게 인식하던 공공 마인드가 완전히 실종된 현실에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LH와 신재생에너지뿐만 아니다. 모든 국책 사업과 지자체 공공사업이 이런 식으로 곪아있을 것이 확실하다. 구조적 부패 사슬이 대한민국 숨통을 조이고 있다.
[사설] 비리 백화점으로 드러난 신재생에너지 국책사업
입력 2023-11-14 20:13
수정 2024-02-0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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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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