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전국의 일선 행정복지센터 창구는 혼란 그 자체였다. 여느 때 같으면 번호표를 뽑아서 조용하게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을 주민들이 민원창구 앞에서 어찌해야 할 지를 모른 채 발을 동동 굴렀다. 창구의 담당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주민등록통합행정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주민등록등본과 초본, 인감증명서를 뗄 수 없었다. 심지어 정부 일을 한 기업과 개인에게 돈을 지불하는 일도 막혔다. 17일 오전 9시 30분부터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인 '새올'이 접속 불가능 상태에 빠지면서 발생한 일이다. 시스템이 마비되자 전국 지자체의 행정업무가 일시에 중단됐다. 온라인 민원서류 발급서비스인 '정부24'도 이날 오후부터 먹통이 돼 그야말로 '증명부재'의 나라가 됐다.
이후 정부, 특히 담당부처인 행정안전부의 대응은 답답함 그 자체다. 일과가 끝나는 시각까지도 원인규명을 하지 못했다. 만 하루가 지나서 겨우 '정부24'만 임시 재개했을 뿐이다. 급기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합동TF를 즉각 가동하라"고 특별지시를 내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미국 출장 중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귀국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했다. 야당은 당장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행안부 장관의 경질을 촉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행정전산망이 먹통이 되어 민원서비스가 중단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면서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정부 행정전산망이 마비된 일은 야당의 지적대로 최근 수차례 발생했다. 지난 6월 말 개통한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가 개통과 동시에 발생한 오류로 학교업무가 큰 혼란에 빠졌다.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기존 복지 시스템을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으로 교체하면서 시작된 오류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정부행정의 대동맥이 끊어지는 일은 국토안보의 직접적인 침해 못지않은 '국가비상사태'다. 그런데 그런 일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시스템 관리상 오류나 유지보수 적정성 차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어딘가 중대하고 심각한 원인이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어설프고 허튼 해명일랑 아예 생각을 접고 그 깊고 구조적인 원인부터 찾아내야 한다.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면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나.
[사설] '정부 행정전산망 마비' 근본 원인 찾아내라
입력 2023-11-19 19:16
수정 2024-02-0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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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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