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동산 법인이 2019년 11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오산시 세교 택지개발지구내 지원시설용지를 136억9천만원에 분양받았다. 이 법인은 소유권 이전 등기는 미룬 채 2021년 12월 다른 업체에 분양 용지를 230억원에 팔아 2년 만에 약 93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현행 택지개발촉진법은 공급계약이 체결된 공공택지의 소유권 이전 등기 전 매매와 명의이전을 금지한다. 이를 어기면 전매 행위를 무효로 하고, 택지개발사업 시행자는 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최초 분양자인 부동산 법인의 대표는 중견 타이어 유통기업의 회장이다. 명색이 부동산 법인이고 중견기업 회장이 대표인 만큼 법적 규제에 민감할 것이다. 분양공고에도 명시된 전매 금지 조건을 몰랐을 리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중개업소까지 동원해 매매를 당당하게 진행했다. 불법을 공개적으로 저지른 셈이다.
황당한 것은 LH다. 불법 전매를 감시하고 불법 행위를 원상회복해야 할 주체가 드러난 불법을 소 닭 보듯 한다. "소유권 등기 전에 (전매) 계약 사실을 파악했다면 법에 따라 등기를 공사(LH)에서 환수할 수 있는데, 지금으로선 할 수 없다." LH 관계자의 발언이라는데, 이 정도면 공공기관 LH의 존립을 고민해야 할 수준이다.
법으로 공공택지 전매를 제한한 것은 공공의 이익이 사익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LH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토지주택 공급 공기업들은 택지와 산단 등 공공용지를 싼값에 조성해 저렴하게 공급한다. 국민과 기업에게 양질의 주택과 공장을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공익을 실현할 설립 목적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용지를 분양받는 민간에게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이익을 제한할 수 있는 명분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공공택지 토지를 분양받은 민간 업체의 전매를 마음대로 허용하면 공기업 LH가 추구해야 할 공익의 가치가 무너진다. 더군다나 불법이다.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부르르 떨며 원상회복을 위해 난리가 났어야 맞다. 그런데 완성된 불법이라 어쩔 수 없다니 기가 막힌다. LH 무관심 속에 얼마나 많은 공공용지 불법 전매가 자행된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최초 분양자의 불법 전매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얼마든지 있을 것 같고, 완료된 불법 전매를 규제할 근거가 없다면 얼마든지 보충입법도 가능할 듯하다. LH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설] 공공용지 불법전매 가능한 사각지대라니
입력 2023-11-21 19:47
수정 2024-02-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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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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