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가 우리 시각으로 내일 밤부터 모레 새벽 사이 결정된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4차 총회가 그 역사적 현장이다. 사실상 대한민국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2파전이다. 초반에는 오일머니를 앞세운 리야드의 독주였으나 부산이 맹추격하면서 하루 전날에도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182개 BIE 회원국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을 득표하는 도시가 개최지가 되는데 1차 투표에서 결정이 나지 않으면 1위와 2위를 대상으로 2차 투표를 진행한다. 한 표라도 득표를 많이 한 도시를 개최지로 최종 결정한다. 우리는 대역전 드라마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유치위원회가 들인 공이 간단치 않다. 국무총리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8일부터 509일 동안 정부와 민간이 뛴 거리는 총 1천989만1천579㎞. 지구 495바퀴를 돌 수 있는 거리다. 하루에 지구 한 바퀴씩 돈 셈이다. 유치위 공동위원장인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재계 총수들도 전심전력 지원했다. 특히 BIE 회원국이 몰려 있는 중남미와 유럽 7개국을 돈 뒤 23일의 파리 행사에 시간을 맞추기 위해 비행기 이코노미석에 앉아서 환하게 웃고 있는 최 회장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한덕수 총리는 "막판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어제 다시 파리로 향했다.
그러나 이번 유치전에 가장 열정적이었던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취임 초기인 지난해 5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부산엑스포는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도약하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며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추경, 물가안정, 한미정상회담 등 많은 현안을 다뤘음에도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오늘 회의 결과는 부산엑스포를 중심으로 언론에 알리라"고 따로 지시할 정도로 각별했다. 취임 이후 지금까지의 국정운영 스타일로 미루어볼 때 유치 실패 시 뒤따를 정치적 후유증 같은 건 생각지 않았음직하다. 지난 6월 BIE 4차 프레젠테이션에서 직접 단상에 오른 것도 그런 각별한 의지가 작동했을 것이다. 오늘과 내일 단 이틀만이라도 '정쟁'과 '타산'을 내려놓고 엑스포 유치전에 쏟은 대통령과 모든 이들의 노고를 위로했으면 한다. 부산의 대역전극을 기다리면서.
[사설] '2030엑스포' 대한민국 부산의 대역전극 기다린다
입력 2023-11-26 19:10
수정 2024-02-0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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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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