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가 '악성 민원'으로 멍들고 있다. 악성 민원은 악의적인 민원 제기로 공무원이 정상적으로 업무 등을 처리할 수 없게 방해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불합리한 요구 등 지속적인 민원 제기는 행정력 낭비로 이어진다. 악성 민원에 시달린 공무원은 불안감, 우울증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청구 등이 악용되기도 한다. 인천 한 구청은 특정인의 지속적인 정보공개청구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엔 방대한 분량의 예산 집행 내역 등을 스캔해서 파일로 달라고 해 담당 공무원은 다른 일은 거의 손도 대지 못한 채 꼬박 한 달이나 걸려 해당 민원을 처리해야 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법으로 보장된 정보공개청구가 오남용되고 있는 셈이다.

전화를 걸어 반복적으로 같은 내용의 민원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이 역시 악성 민원 범주에 포함된다. 공무원들은 이런 전화 민원을 응대하다 보면 시급히 처리해야 할 업무조차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악성 민원은 구청, 시청, 교육청 등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인천시와 각 군·구가 접수한 민원 중 악성 민원으로 분류한 민원은 1천276건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도 8월 기준으로 이미 2천565건에 이르고 있다.

급기야 인천시는 올해 8월 '민원 업무 담당 공무원 등 보호 조례 시행규칙'을 마련해 각 군·구에 안전요원과 폐쇄회로(CC)TV를 배치하고 민원 업무 담당 공무원에게 휴대용 영상음성기록장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이는 민원인의 욕설이나 폭력 등에 효과는 있을지언정 악의적 정보공개청구 등에는 무용지물이란 지적이 나온다.

참다못한 인천시의회는 '민원처리 제도 개선 전담팀'을 출범시켰다. 여기엔 시의원, 시청·시의회 사무처 공무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악성 민원은 행정력 낭비를 불러와 시민들의 정상적인 민원을 처리하는 데 제약이 될뿐더러 공직사회의 사기 저하와 20~30대 공무원 이탈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시의회는 악성 민원 사례 등을 분석해 부당한 민원에 대처할 수 있는 종합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무원을 보호할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일부 악성 민원인들의 횡포에 더는 공직사회가 위축되지 않도록, 그리고 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법적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