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금에관한법률이 올해부터 시행됐다. 전국민이 현재 거주 중인 기초·광역자치단체를 제외한 모든 자치단체를 선택해 500만원까지 기부하고 그 대가로 세금 감면 혜택과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의 재정 확충과 특산물 진흥 방안으로, 일본의 고향납세제를 벤치마킹했다. 제도 시행 전부터 전국 지자체가 답례품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유명 출향인사들을 홍보대사로 임명하는 등 모금 경쟁에 나섰었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행 1년 성과는 처참하다. 상반기까지 전국 243개 지자체의 전체 모금액이 약 94억7천만원에 불과하다. 기초단체의 평균 모금액이 1억원이 안된다니, 광역단체 모금액은 무의미한 수준일 것이다. 많은 지자체가 모금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배경이다. 제도 운영을 위한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에 전국 지자체가 분담한 금액만 70억원이고, 홍보에 들인 예산까지 합하면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출향 인구가 압도적인 경기도와 시·군의 실적이 전국 평균에 못미친 건 당연하다. 9월 30일 기준 경기도 본청 모금 실적은 210건에 1천685만원이다. 예상 건수 3천건의 7%, 경기도 전체 모금액 10억1천만원의 1.5%로 제도 자체가 무의미한 실적이다. 모금을 위해 집행한 1억8천여만원이 무색해졌다. 기초단체 중 가장 많이 모금한 수원시가 6천만원이 안 된다.

고향사랑기부금제에 대한 경기도의 입장을 전략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제도 자체가 도와 도내 시·군에 무의미하게 설계됐다. 도의 경우 1천350만 거주 인구가 기부대상에서 제외된다. 타 지역 거주 경기도 출향 인사 규모는 미미하다. 시·군으로 시야를 좁혀도 마찬가지다. 지방 배려형 고향사랑기부제에 경기도가 참여할 명분이 애매하다.

일본의 경우를 봐도 고향납세로 주민세가 확 줄어든 도쿄 등 광역단체들은 제도 자체를 반대한다. 우리 경우도 고향사랑기부제가 확산돼 국세 감면 금액 규모가 유의미해지면, 그 손해는 교부금에 의존하는 도내 어려운 시·군에 집중될 수 있다.

지방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법인 기부 허용, 기부한도 폐지 등을 주장한다. 도와 도내 시·군 입장에선 거주지 기부 제한 규정 폐지를 관철해 제도 자체의 형평성을 확보해야 제도에 참여할 명분이 선다. 동참이 능사가 아니라 자치 실리를 살펴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