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부산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끝났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부산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119표)에 크게 뒤진 29표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참혹한' 실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즉각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과 담화를 발표했으나, 정부의 냉정한 분석도 없고 책임자들은 굳게 입을 닫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졌지만 잘 싸웠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거나 실패의 요인을 돈 탓, 남 탓으로 돌린다면 대형국제행사 유치는 연전연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사우디의 오일머니'를 꺾지 못했다거나 준비기간이 촉박했다는 분석은 무책임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치전의 선거전략이나 네트워크에서 허점이 컸다고 지적한다. 또 미국과 일본 중심의 군사 안보 외교로 중국과 러시아, 제3세계 국가로부터 고립되는 양상이 심각하게 나타나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부상했다.
또 하나의 대형 국제이벤트가 걱정이다. 한국이 개최국인 '2025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2025APEC정상회의' 의장국이다. 아태지역 21개 회원국 정상과 각료 등 6천여 명이 모이는 연례회의다. 2005년 부산에서 개최된 이후 국내에서 20년 만인 2025년 11월 개최된다. APEC정상회의 유치를 추진하는 인천시는 개최 최적도시임을 강조하고 있다. 인천공항과 인천항을 보유한 대한민국의 관문도시이며 최대 규모의 경제자유구역을 보유한 투자의 요충지이며, 제17회 아시안게임, 제6회 OECD 세계포럼 등 정상급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국제도시임을 앞세운다.
하지만 정부의 APEC정상회의 개최 준비는 걸음마 단계다. 개최도시 선정을 위한 준비위원회와 준비기획단도 구성되지 않았다. 외교부는 개최도시 공모과정을 비롯한 APEC관련 절차가 지연되는 이유를 엑스포 유치 때문이란다. 인천을 포함한 전국의 유치 추진도시들의 또 다른 우려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영남 표심을 의식하여 부산시를 행사개최지로 밀어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APEC정상회의 개최도시는 객관적인 개최조건을 공정하게 평가하여 결정해야 한다. 만약 엑스포 유치 실패를 무마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APEC정상회담의 성공도 민심도 놓치는 하지하책이 될 것이다.
[사설] APEC회의 개최지 결정에 엑스포 불똥튀면 안된다
입력 2023-11-30 19:32
수정 2024-02-0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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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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