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국가보훈부 등 6개 부처에 대해 개각을 단행했다. 총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추경호 부총리, 원희룡 국토부장관, 박민식 보훈부장관 등이 교체됐다. 개각은 미완이다. 추가 개각으로 한동훈 법무부장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총선 차출설이 회자되고, 정치권 출신 장관들의 총선 행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번 개각은 다분히 총선용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중량감이 확인된 장관급 인사를 총선에 내세우는 것도 당연하고, 더불어민주당이 한 법무장관의 출마를 정치쟁점으로 키워 온 것이 이를 증명한다. 원 장관은 인요한 당 혁신위원장의 험지출마론에 부응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대결론으로 이미 총선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정치권의 해석과는 별개로 윤석열 정부의 이번 개각은 국리민복을 실현할 국정 의지를 새로 다잡을 계기가 돼야 마땅하다. 윤 대통령은 개각뿐 아니라 정책실장 신설과 수석비서관 교체 등 대통령실도 개편했다. 공석인 국정원장과 방송통신위원장도 임명해야 한다. 정부, 대통령실, 주요 권력기관의 전면적인 인사개편은 사실상 정권의 국정2기 선언이다.

취임 이후 지난 1년 반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는 30%대에 고착된 지지도에서 보듯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대선 득표율에 못미치는 지지율은 대통령의 국정이 중도층마저 수용하는데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국회를 지배하는 거대 야당의 맹목적 발목잡기 탓도 있지만, 대통령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폐쇄적 국정운영 탓도 크다.

야당과의 대화 통로를 차단해 스스로 야당과 병렬적 대립항으로 대통령의 격을 떨어뜨렸다. 여당은 쇄신 대신 내부 권력 다툼으로 정권과 정부의 격을 전 정권 수준으로 격하했다.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기대 정권의 도덕성을 과신하며 민심에 못미치는 국정의 수준을 방치한 결과 민심을 잃은 것이다.

대통령이 개각을 계기로 새롭게 국정의 방향을 설정하고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자주 설명하는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국정 전분야에서 국민은 삶의 지표가 개선됐다는 징후를 느끼지 못한다. 정치는 국민을 이간시켜 국난급 위기 극복을 위한 소통과 통합을 방해한다. 여야의 협량한 정략적 이해를 떠나, 지금 대한민국이 실행해야 할 시대적 소명을 국민과 직접 공유하고 공감하는 진짜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