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가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지면에 연재한 기획보도 '시그널:속빈 전세들의 경고'가 경기·인천뿐 아니라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10월 수원 일가족 전세사기 의혹이 터지자 꾸려진 특별취재팀은 올해와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2021~2022년의 도내 전세계약 데이터를 모두 수집해, 50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주택들의 정보를 대입해 전세피해 위험을 측정했다.
그 결과는 끔찍할 정도로 위험했다. 도내 공공기관에 신고된 14만480건의 전세계약 주택 중 1만6천550채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이 100%가 넘는 깡통주택이었다. 깡통주택의 절반이 부천·화성·수원·고양시에 집중된 것도 밝혀졌다. 범법 여부와 상관없이 전세 임차인의 대규모 피해가 내년에도 불가피하다는 증거를 빅데이터 분석으로 밝혀낸 것이다.
아무런 경고 없이 전세사기에 내몰린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피해자들에게 사전에 경고하고 대비토록 할 수 있는 비상등을 켤 수 있었던 데이터들이다. 경인일보 기자 4명이 빅데이터 분석 업체의 조력을 받아 밝혀낸 위험지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몰랐을 리 없다.
실제로 김동연 지사는 지난 5월 화성 동탄 전세사기와 같은 추가 피해를 우려했다. 경기도가 용역을 통해 파악한 주택 전세가율 정보로 고위험 주택을 파악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우려였다. 당시 경기도는 5채 이상 다주택 보유자의 전세율을 조사했다. 이 명단엔 전세사기 혐의로 구속된 4명의 피의자 명단도 있었다.
하지만 용역 결과는 31개 기초단체와 공유되지 않았고, 위험 시그널도 발령되지 않은 채, 내부용 자료로 사장됐다. 기초단체들은 무고한 임대인의 민원을 의식해 경보 발령에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이 탓에 무고한 임차인들이 조직적, 의도적 사기에 노출됐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또 다른 피해를 경고하기 위해 '시그널' 시리즈를 연재한 경인일보와 손을 맞잡았다. 경인일보 특별취재팀과 '전세사기·깡통주택 피해 수원화성대책위원회'가 공동으로 '깡통전세 및 전세피해 진단센터'를 공동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전세피해 우려가 큰 지역 정보와 다주택자 정보를 임차인 및 임차 예정자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공공기관이 정보 소외자인 임차인 보호를 위해 제도적으로 시행해야 할 조치들이다. 사정이 다급하니 경인일보와 피해자단체가 손을 잡고 나섰지만, 공공정보로 제공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사설] 진단센터 공동 운영하는 경인일보·전세사기대책위
입력 2023-12-11 19:57
수정 2024-01-1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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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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