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내년도 예산안 의결 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당초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의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를 이달 15일 갖기로 했으나 하루 전날 의장과 양당 대표의원들이 합의하에 취소했다. 그동안 파행됐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가 11일 회의를 재개한 이후에도 쟁점사안들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 제142조는 시·도의회가 예산안을 회계 연도 시작 15일 전까지 의결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 규정대로라면 지난 16일 자정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했다. 하지만 전날인 15일 본회의가 취소되면서 또다시 법정기한을 넘기게 된 것이다. 경기도의회는 지난해에도 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경기도의회의 이런 행태는 형님뻘인 국회의 그것을 점점 닮아가는 형국이다. 정부는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해야 한다. 헌법 제54조가 그렇게 명하고 있다. 따라서 매년 12월 2일이 예산안 의결의 법정기한이 되지만 국회가 이날까지 예산안을 처리한 경우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지난 2002년부터 2014년까지 12년 동안은 단 한 번도 지킨 적이 없고,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에도 겨우 두 차례에 불과한 실정이다. 올해도 예산안 의결 법정기한 준수는 공염불이 됐다.
헌법이 국가의 통치체제와 정치작용 원칙을 정하는 최고의 규범이라면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의 존립 자체를 가능케 하는 법률이다. 국회는 그런 헌법을 지켜야 하고 지방의회는 그런 지방자치법을 지켜야 한다. 더군다나 법과 조례를 만드는 당사자들 아닌가. 그럼에도 국회가 국가 최고규범의 명령하는 바를 우습게 알고, 지방의회가 존립의 근간이 되는 법 규정을 지키지 않는 잘못된 행태가 되풀이 되고 있다. 국회의 잘못된 행태가 지방의회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고 심지어 고착화될 가능성까지 엿보인다. 지금 경기도의회가 바로 그렇다.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풀이되다보면 당연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게 되는 법이다. 심지어 정상인 것으로 잘못 인식하기까지 한다. 예산안을 다루는 지방의회의 감각과 의식이 국회를 좇아 이미 그런 지경에 이른 게 아닌 지 걱정스럽다. 형만 한 아우 없다 했는데 이런 일은 형만 못해도 된다. 아니 형 같아선 아니 되는 일이다. 경기도의회의 반성과 다짐을 촉구한다.
[사설] 우려되는 경기도의회의 예산안 의결 법정기한 무시
입력 2023-12-17 19:58
수정 2024-01-1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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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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