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날씨속 실외영업 발길 끊겨
"코로나 한창때보다 경기 안 좋아"
대구·서울 등 의무휴업 '평일 이전'
상인 불안… "소비층 달라" 의견도

"이렇게 추운데 얼마나 오겠어요?"
19일 오전 10시30분께 수원시 권선시장. 시장 들머리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노순자(68)씨가 매대에 놓은 귤 상자에서 하얗게 곰팡이 핀 귤을 솎아내며 이같이 말했다.
수원 아침 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진 이날 그는 "요즘 장사가 안돼도 너무 안된다"면서 "갑자기 추위까지 불어닥치니 나라도 (시장에) 나오지 않겠다"며 자포자기했다. 노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루 12시간씩 장사를 하며 평균 50~60상자 팔던 제철 귤을 이제는 많아야 20상자(5kg 기준)가량 팔고 있다고 한다.
갑작스레 찾아온 한파에 경기도내 전통시장도 얼어붙었다. 주로 실외에서 영업을 하다 보니 추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이 여파로 사람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오산시 오색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시장에서 30여년간 생활용품을 팔고 있는 남모(68)씨는 "날씨가 하도 춥길래 문을 열지 않으려다가 오전 8시쯤에 문을 열었다"면서도 "매장을 찾는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이러면 애초 생각대로 열지 않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몇몇 상인은 코로나19가 극심하던 때보다 지금 시장 경기가 더 악화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코로나 때는 사람들에게 재난지원금이라도 나눠줘서 시장이 활성화되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지나가는 손님조차 천원짜리 쓰기 어려워해요." 남씨가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이날 만난 시장 상인들은 최근 몇몇 지자체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옮긴 것이 도내 지역에도 영향이 닿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구시와 청주시가 지난 2월과 5월 각각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꾼 데 이어, 서울에서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이날 서초구가 평일 전환을 공식화했다.
당초 전통시장 등 지역 골목상권을 지키고자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의무휴업을 담은 규정인데, 도내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침체된 상권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와 소비자층이 이미 갈라져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의견이 공존한다.
이날 권선시장에서 만난 서모(64·떡집 운영)씨는 "지금도 매출이 줄어들어 진열대에 내놓은 떡의 절반은 마감할 때 팔리지 않아 버리고 있다"며 "주문·배달 문화가 자리 잡았다 해도, 마트 주말 영업이 풀리면 시장 상인들에게 피해는 더 클 것"이라고 염려했다.
과거와 달리,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소비자층이 명확히 나눠져 의무휴업일이 변경돼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오색시장 상인회장이자 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천정무씨는 "마트와 전통시장 각각 고정 소비자층이 다르게 변화한 상황"이라며 "전통시장의 장점을 살리고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방식으로 간다면 마트와 시장이 '상생'하는 모습도 생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